<인터뷰>美하버드대 한국어강의 30년 김남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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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64년부터 하버드大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으니까 올해로꼭 30년이 됩니다.고국으로부터 지원이 전혀 없는 가운데 한국학자인 남편이 지은 교본 한권만으로 수업하는 어려운 환경이었지만,미국을 이끌 인재들에게 한국을 전파한다는 긍 지가 큰 힘이되었지요.』 하버드大「극동문화와 언어학과」한국어 전임강사 金南姬씨(70)가 한국 국제교류재단(회장 孫柱煥)이 미국.호주등지의 한국어 교육자 50여명을 초대해 개최한「英語圈 한국어교재 종합개발 국제회의」(3~5일.아카데미하우스)참석차 지난 2일 한국을 찾았다.
35세때인 58년,그는 첫 남편 崔秉宇씨(당시 34.한국일보기자)가 대만 종군취재중 순직한뒤 도미,하버드大 옌칭학회 한국도서관에서 일했다.곧 이 대학 역사학교수로 한국학과를 창설한 에드워드 와그너씨(69.朝鮮史)와 재혼한 것이 한 국어 강사직을 맡은 계기가 됐다.
오는 6월 퇴임을 앞둔 그가 길러낸 제자만 수백여명.그중 40여명은 미국 전역 대학에서 한국학교수로 재직중이라고 소개하는金씨의 표정은 그러나 밝지만은 않다.
『초창기에 매년 한두명에 불과하던 입학생이 1백여명으로 늘어났지만,교포2세가 대부분이었고 한국학을 전공하려는 미국인은 10명선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가만히 있어도 정부.기업이 나서서 전공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취직까지 시켜주는 일본어과엔 미국인 학생이 4~5배나 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만 합니다.』교포2세 교육에도 보람과 함께 어려움이 공존한다.국어교육을 못받은 부모로부터 잘못된 발음을 익혔거나 어릴때 한글학교에서 부정확한 문법교육을 받고 온 학생들은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경우보다 오히려 가르치기 어렵다는것.「듣습니다」를「 들읍니다」로 발음하면서도 모국을 알고자하는 의욕으로 가득찬 2세들에게 현장감있는 한국어를 전하기 위해 金씨는 매일 국내 일간지를 정독하고 밤늦게까지 한국TV.비디오를 시청,자료를 챙기며 나이를 잊고 있다.
영어권에서 공통으로 사용하게될 효과적인 한국어교과서를 펴내기로 결정한 이번 회의에서 집행위원으로 선임된 金씨는 11일 옛남편을 기리기위해 제정된「제5회 崔秉宇언론상」시상식에 참석한 후 미국으로 떠났다.
〈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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