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1호」 부품 일제 주파수분석기/중국 거쳐 밀수 추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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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 경찰,관련기업 가택수색/코콤 규제 피해 3국 경유한듯/허위 수출절차 가능성도 수사
【동경=이석구특파원】 대공산권 수출통제조정위원회(COCOM)의 규제품목인 일제 주파수분석기가 북한에 밀수출돼 신형 탄도미사일 노동1호 개발에 이용됐다는 의혹을 수사중인 일본 경찰청 공안부는 14일 요코하마(횡빈)시 서구의 「요코하마 기계무역」과 동경시내 미나토(항)구의 대형 전자업체 등 10여개소에 대한 가택수색과 함께 회사간부 등 관계자들을 불러 자세한 수출경위를 조사했다.
공안부는 특히 이들 기업이 통산성에 주파수분석기 수출때는 반드시 밟아야 하는 절차도 허위로 마쳤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공안당국 조사에 따르면 요코하마 기계무역은 지난 89년 1∼3월까지 동경내에 있는 상사를 통해 대형전자기기 업체로부터 주파수분석기 3대와 부속기기 1대를 구입한 다음 통산성에 수출신청도 하지 않은채 일반화물로 위장해 직접 운반하는 방식으로 세관을 통과해 북경사무소를 경유,북한에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코하마 기계무역은 또 상사를 통해 대형 전자기기업체의 주파수분석기를 구입하면서 『중국으로 수출할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으며 대형 전자기기업체는 『중국의 경우 통산성 허가를 얻으면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 부정수출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 물건을 요코하마 기계무역에 넘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안당국은 주파수분석기가 COCOM으로부터 매우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는 국제적인 전략물자이기 때문에 일본상사들이 제3국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이를 빼돌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안당국은 『북한이 들여간 주파수분석기는 초고주파 전파를 수억분의 1의 오차로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이 분석기는 미사일 발사실험때 레이다 전파를 표적에 발사한 다음 되돌아오는 전파를 고밀도로 분석함으로써 목표물까지의 거리를 보다 정확히 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에는 스파이활동을 비롯,공산권 수출이 규제되고 있는 전략 물자들이 몰래 유출되다 적발되더라도 이를 다스리는 별도의 법이 없기 때문에 공안부는 이번 주파수분석기 부정수출사건 역시 외환관리 및 외국무역관리법 위반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한편 일본 방위청은 영국의 『제인』이 발행하는 군사잡지를 인용,북한이 4년전 일본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로부터 주파수분석기를 입수,탄도미사일 개발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구마가이 히로시(웅곡홍) 통산상은 14일 『주파수분석기의 대북한 부정수출사건에 철저히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히고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과 긴밀한 연락을 취하면서 사실관계를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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