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환경을 살리자:1(물비상… 이대론 안된다: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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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맑은물보다 안전한 물 더 중요/강부터 수도꼭지까지 독성 감시해야
환경문제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시대다. 쾌적한 환경에서 사는 것은 우리 모두의 소원…. 온국민이 발벗고 나서야할 문제다. 중앙일보는 물·공기·폐기물·토양 등 전반적인 환경문제를 분석하고 대책을 제시하는 연중 시리즈를 마련한다. 첫번째로 전국민의 시급한 관심사가 된 물문제를 다룬다. 환경에 대한 정부의 생각과 행동이 극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안전한 물을 국민에게 공급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제시한다.<편집자주>
어차피 산업발달에 따라 강물은 오염되게 마련이다. 기업체의 배출사고 가능성은 향상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강물을 식수원으로 할 수 밖에 없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근본적이고 과학적인 개선책이 필수불가결하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맑은 물」보다 「안전한 물」을 공급하는 쪽으로 사고의 발상을 적극 전환하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금의 상수도 개념은 「전염병을 일으키는 세균이 없으며 보기에 맑은 물」만 공급하는 것이다. 깨끗한 물을 상수원수로 쓸 때나 쓰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세상이 변하고 환경오염이 가중되고 강물이 독물에 찌들어가는데도 변화에 적응하는 기민한 행정을 펴지 못해온 셈이다.
선진국들은 물에 독성학을 바탕으로 한 안전개념을 도입한지 한참 됐다. 그들은 70년대부터 상수원 감시·정수처리,그리고 수도관 관리까지 전과정에서 안전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우선 상수원에 오염물질을 쓰는 산업장을 못세우게 한다. 아무리 국가경쟁력이 문제가 돼도 그것만큼은 안된다. 환경에 대한 우선순위 부여와 함께 장기적으로 봐서는 오염처리비용이 더 들어 역으로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합리적인 인식이 바탕이다. 어쩔 수 없이 상수원 상류에 산업장이 존재한다면 거기서 어떤 독성이 얼마나 배출될 수 있을지를 철저히 파악한다. 모든 수계관리가 이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그 다음 배출될 독성물질에 맞춰 취수장에서 중점 검사해야 할 독성물질 분석에 대한 사전준비를 늘 해둔다. 사고는 분명히 온다는 것을 기본인식으로 해서 사고가 나도 바로,정확히 분석해 독성물질이 수돗물로 나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해당 수계에 많을 독성물질을 전문적으로 분해할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수도관을 지난 물에 대해서도 철저히 독성분석을 한다. 수도관은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중간에 삭아 철분이 독성을 나타낼 농도로 들어갈 수도 있고 부서져 중간에 오염물질이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에서부터 수도꼭지까지 안전한 물에 대한 당국의 「정성」이 들어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겐 부족하다. 하지만 이제는 해야 한다. 오염물질 배출업체 단속이나 「잘하겠다」는 말만으로 물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선진국들의 예로 볼 때 과학적인 수질관리기법의 과감한 적용만이 안전한 물을 국민에게 줄 수 있을 것이다.

<배인택기자>
◎전문가 의견… 이병무 성대 교수/독성물질 안전문제연구 없어 예고된 재난/국가차원 전문기구·인력확보등 서둘러야
우리는 이제 무엇을 안심하고 마시고 먹고 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됐다. 비록 당장 암이 많아질 수준은 안되더라도 수돗물에서조차 발암물질이 벤젠이 검출됐다는 사실에 독성학자로서 숫제 절망감마저 든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물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준이 못되는 것 같다. 독성물질의 안전에 대한 기초적인 투자가 안돼 있는 것이 우리의 명백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환경속 유해물질 등의 독성에 대해 연구분석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국립연구기관이 존재하지 않아 환경오염물질의 독성 및 안전에 대한 총괄적인 연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립환경연구원의 화학물질 평가과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독성물질의 연구를 전담하는 국립보건안전연구원이 있으나 규모·인력·시설면에서 선진국에 비해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미국의 일개 대학만큼도 안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이에 관련한 행정관료들의 상당수가 전문인력 아닌 비전문가로 이뤄져 사건발생때 문제의 핵심을 옳게 파악할 수 없고 대처능력도 보잘 것 없는 상황이다.
기업차원에서도 문제가 많다. 선진국에서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자사가 생산과정에서 다루고 발생하는 모든 독성물질에 대한 안전성을 연구하고 관리하는 안전성 연구부가 설치돼 있다. 실수로라도 기업이 다루는 물질로 인해 환경이 오염되거나,제조과정에서 생기는 유해물질로 작업중인 근로자가 해를 입거나,생산제품에서 나온 독성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면 그 기업은 보상 때문에 살아남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자사의 기업활동중 생기는 독성물질에 의한 안전성 문제에 대한 관심이 지극히 낮아 안전성이나 독성을 연구하는 부서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벤젠같은 독성물질의 환경오염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은 이같은 배경들로 볼 때 「올 것이 온 것」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다.
국민들이 마시는 물에 대해 안심할 수 있도록 독성관리를 바탕으로 하는 총체적 물관리정책을 과학적으로 펴지 않으면 정부 자체가 총체적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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