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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턱걸이 371번 보유자 세계新 김양기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올해 54세,왜소한 체구의 경상도 사나이 金良起씨(부산시동래구연산5동1332의3)에게 붙은「무쇠인간」이란 별명은 그가 철재 판매업을 하고 있다해서 붙여진 이름일까.아니다.그는 진짜「鐵人」이다.
그는 올들어 36분28초만에 3백71번이나 턱걸이를 해내는 경이적 기록으로 세계 최고의 턱걸이장사가 됐다.경기도중 조금의흐트러짐 없이 1초에 한번 이상 철봉대를 가볍게 상하로 왕복한그는 이로써 기네스 진기록 5분야를 석권한 5 관왕에 등극했다. 1m64㎝.57㎏의 「페더급」인 그는 턱걸이 한 손가락으로하기 16회,턱걸이 두 손가락으로 하기 31회,다섯 손가락 끝으로 5시간동안 팔굽혀펴기 7천11회 하기,1시간동안 평행봉 3천7백26회 오르기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한국 최강의「무쇠인간」이 됐다.金씨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기네스기록을 보유한 사람이다.
평균인보다 작은 몸에 단단하게 올라붙은 근육이 조금 돋보일 뿐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그가 몸안에 아무도 모르는「鐵骨」을 심게 된 것은 끈질기게 괴롭힌 병때문이었다.
경남상고.중앙대 경제학과에서 공부한 후 한국전력에서 6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철재 도소매업자로 변신한 그에게 사업상의 스트레스는 위궤양.십이지장궤양으로 나타나 괴롭혔다.
79년엔 중환자실에 입원까지 해야했을 정도로 건강을 잃은 그는 몸무게 48㎏으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자신을 살려내야 했다. 중학교때 기계체조를 했고 평행봉.철봉을 잘한다는 칭찬을 들어왔던 그는 매일 아침마다 조깅 한후 집 근처 어린이 놀이터에나가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를 하거나 팔굽혀펴기를 운동삼아 하기시작했다.
80년 초반인가,팔굽혀펴기 세계기록 보유자(미국인)가 레이건미국대통령과 팔씨름하는 외신을 中央日報에서 본 후 세계기록에 도전해 보겠다는 야망을 세우게 됐다는 것.
처음엔 한번에 50번 정도 하고 나니 몸이 자연스럽게 무너져버렸다.하루도 빠짐없이 계속하자 한달후엔 1백번이 가능했고 3~4년후엔 2천번을 넘길 수 있게 됐다.
그는 89년 자신의 기록을 인정받기 위해 부산일보를 찾아가 옥상에서 많은 사람이 보는 가운데 9백44초만에 팔굽혀펴기를 1천회나 해 빨리하기로 신기록을 세웠고 연이어 24시간동안 팔굽혀펴기를 3만5천3백5회나 해 세계 기네스기록 보유자가 됐다.그러나 이기록은 몇개월후 3만7천번을 하는 미국인에게 뺏겼고다시 그에 의해 4만3백60회로 경신돼 있는 상태.
「또다른 巨峰의 정상에 도전하는 산악인의 심정과 쾌감」으로 그는 그해 7월 턱걸이 한 손가락으로 하기,두 손가락으로 하기부문에 연이어 도전,불과 4개월 사이에 세계 기록을 4개나 갖게 됐다.
가운데 손가락 하나로 턱걸이 연습을 할때는 손가락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기 일쑤였고 이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려 다시 연습해나갔다. 90년에 다섯 손가락끝으로 5시간동안 7천11회의 팔굽혀펴기 기록을 낼 때는 손톱밑에 늘 흥건히 피가 괴게 마련이었다는 것.그는 이를 악물고 이겨나갔고 지난해 2월엔 엄지 한손가락으로 1백21회나 팔굽혀펴기를 해 기록을 추가했다 .그의돌덩이 같은 손가락은 군살로 하얗게 색이 변해 있다.이 기록은그후 1백25회를 한 외국인에 의해 경신됐다.
24시간 팔굽혀펴기를 할 때는 처음엔 몸안의 땀이 심하게 배출되지만 나중엔 물이 모두 빠져나와 땀은 커녕 물을 30여차례에 걸쳐 보급해 줘야 한다는 것.
金씨는 평범한 자신이 이같은 기록의 대행진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뾰족한 비결이 있을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의지력과 계속적인 반복이 요체라는 것.
그는 자신을 따라 덩달아 연습했던 딸이 국민학교 시절인 85년인가,부산시 주최로 열린 한 대회에서 팔굽혀펴기를 1백4회나해 금메달을 따냈음을 상기시켰다.
한때 金씨의 「무쇠인간행진」에 제동을 건 사람은 그의 아내.
사업에 온 정신을 쏟아야 할 사람이 팔굽혀펴기.턱걸이에 빠져 땀과 피를 쏟는 모습은「미치광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다는 것.
기네스기록을 갖고 있다 해서 뾰족하게 생기는 것도,별달리 명예스러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 아내는 한때 이혼 제의를 해 그를당혹스럽게 했다.
그러나 이제 아내는 그의 시합장에 곰국을 나를 정도로 열렬한후원자가 됐다.
이젠 유명인사가 돼 최근 대회에선 행사장이었던 호텔측에서 전복죽을 대접했다고 흐뭇해했다.
그가 철인의 기록을 유지하기 위해 그 흔한 보약을 입에 달고살거나 특별한 음식으로 원기를 북돋우는 것은 아니다.음식을 짜고 맵지 않게 먹는 것이 전부.
앞으로 외국인에게 「왕위」를 넘겨준 24시간 팔굽혀펴기 기록과 연간 팔굽혀펴기 최고기록에 도전하겠다고 말하는 그는 이를 하려면 시간상 사업을 병행할 수 없는 것이 고민이라고 했다.
『세계기록을 가진 후 만사에 자신감이 생겼고 인생살이에 좌절이라는 단어는 사라졌다』고 말하는 그는『인간한계에 도전하는 평범한 나의 모습이 널리 알려져 많은 한국인들이 국력으로 이어지는 체력단련에 자신감을 갖고 건강한 삶을 꾸렸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물구나무서서 달리기,줄넘기,축구공 헤딩하기,제기차기,벽돌 한꺼번에 많이 들기 기록 보유자 18명과 지난해 세계진기록챔피언협회를 조직,회장을 맡고 있는데 행사에서 받은 찬조물품등으로 불우이웃돕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高惠蓮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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