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올 稅政방향-소득세.부가세는 사업자특성따라 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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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세금 행정이「실명제 型」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금융실명제에 맞춰 세제도 고칠 것이 많지만 그에 앞서 세정 혁신이 더 급하다는 소리를 귀가 따갑게 들어온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진다.
국세청이 14일 발표한 올해 稅政 운영 방향은 한마디로 많은사람이 세금공세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되 대신 한 번 세무조사의대상에 오르기만 하면「좁고 깊게」세무조사를 펴겠다는 것이다.
이번 세정 운영 방향이 과표 양성화를 기하는 수단인 세무조사의 방법론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세목별로 일정 분량을 정기조사하는 방식이 주된 골격이었다.탈세 혐의가 뚜렷한 납세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조사보다는 납세계층별로 일정비율을 골고루 뽑아 체크해보는 정기조사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이는 稅源을 두루 관리하기 위한 것이지만 세무공무원 인력이 부족하고 관리 기법이 지금처럼 취약한 상황에서는 세금망을 빠져나갈 사람은 빠져나가고 다수의 선량한 납세자들의 불만만 커지는결과를 낳고 있다.
국세청은 과표 양성화가 한두 사람이 아닌 수많은 사업자를 대상으로 해야 할 문제인 만큼 이같은 세무조사 방식으로는 목표를이룰 수 없다고 판단한 듯 하다.
그래서 세무조사 대상을 지금보다 대폭 줄이되 고질적인 탈루 혐의자들은 계속해서 정밀조사를 벌임으로써 시위효과를 십분 활용,이를 본 다른 납세자들이 세금을 성실하게 내도록 유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요컨대 조사 효율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이는 미국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정착되어 있는 기법이기도 하다.평소에는 편하게 가되 대신 걸리면 톡톡히「고생」할 줄 알라는식이다. 이같은 원칙을 세운 국세청은 소득세나 부가가치세등 탈루도 많고 세수 비중도 큰 세목의 경우 조사대상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사업자의 규모와 사업 특성에 따라 실태를 분석하고 관리하는 한편,조사 한건당 인원.기간을 늘리기로 했 다.
여러 품목에 걸쳐 중간상을 위주로 이루어진 무자료거래 단속도앞으로는 품목수를 줄이되 제조단계서부터 소매점까지 모든 유통과정을 추적하는 기획조사를 중심으로 한다.
탈루가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진 상속.증여세 분야는 지방청 부동산 투기조사반 2백40명을 조사에 투입하는등 조사체제를 재정비하고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국세청이 최근 들어 유명무실 해지다시피 한 세무사찰(조세범칙조사)을 다시강화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같은 방향은 97년 시행되는 종합과세를 앞두고 빠져나가는 소득을 잡기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이지만,탈세 정보수집과 분석력이 지금보다 한단계 높아지지 않는한 단순히 세금공세만 강화되는 것으로 비쳐칠 우려도 있다.공평 과세는 숨은 稅源 추적못지 않게 세정의 합리성.객관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올해국세청의 짐은 그 어느때보다 무겁다.
〈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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