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대 이학박사 35세 주부 경희한의대 입학 김현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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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기대와 희망속에 이제까지 열심히 공부한 것이 아까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한의학을 선택했지요.』 서울大 석사.日本 東京大 박사학위를 받은 35세의 주부가 귀국 후 교수로 지원했던 학교에 신입생으로 입학하게 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올 입시에서 수능성적 1백77.4점으로 慶熙大 한의예과에 합격한 金賢珠씨(35).
77년 서울 보성여고를 수석 졸업한 金씨는 서울사대 화학과를나와 이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친 뒤 85년 東京大에서 이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자신감과 희망을 갖고 귀국한 金씨는 89년초부터 지금까지 9차례나 교수초빙 광고를 보고 원서를 제출했지만 번번이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서류전형을 거쳐 교수임용 심사위원들과 면접까지 했던 것은 딱한번 뿐이었고 해당 학교들로부터는 아무런 탈락이유나 선발기준도전해듣지 못했다.연구기관의 취직도 시도해 보았으나 가정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입시준비.지원할 학교 등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던 金씨는 나이를 감안,5월들어 희망전공을 한의학으로 바꾸고 입시공부를 시작했다. 함께 東京大에서 학위를 받아 귀국,대학에 먼저 자리를 잡은 남편(37)도 찬성이었다.
아들(5)때문에 집에서는 공부할 수 없어 시어머니에게 아들을맡기고 집앞 커피숍을 공부장소로 정했다.
오전9시부터 오후1시까지 하루 네시간동안 주로 교과서와 참고서를 읽어나가는 방법을 택했다.
『박사가 몇시간씩 커피숍에 쭈그리고 앉아 입시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할 때가 많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각오로 견딜 수 있었지요.』 영어.과학은 기본기가 돼있어 가끔 들춰봤고「교과서밖에서 출제된다」는 주변의 출제정보를 믿고 국어교과서와참고서는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다.
정치경제.국사.사회문화 등 사회과목만을 주로 공부했다.
『개인적으로는 공부할 복이 많다는 생각도 들지만 자신이 지금까지 공부해 온 현대과학이 한의학공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궁극적으로 남을 위할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며 더욱 각오를 새롭게 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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