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美.日수교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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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北韓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전면적으로 수용,국제사회에 핵투명성을 보장할 경우 對日.對美 수교협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北韓핵 문제가 해결 구도로 가고 있다고 보고 정부가 올해 외교의 최우선 과제로 北韓의 對美.對日수교에 따른 대응책 마련을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日本은 北韓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조짐이 보이자 재빠르게 北韓에 수교협상을 포함한 대화를 제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앞으로 北韓은 과연 美國.日本중 어느 나라와 먼저 수교할지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 문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 北韓의 태도에 달려있어 쉽사리 점칠 수 없지만 외무부관리들은 여러 전망을 하고있다. 지배적인 분석은 수교조건들을 따져볼때 日本과의 수교가 더 쉽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지만「北韓의 뜻」을 감안할때 미국과의 수교가 더 빠를 것으로 보고 있다.
외무부 한 당국자는『北韓이 국제정치학적 구도에서 볼때 자신의존립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美國이 日本보다 훨씬 중요하고,日本과의 수교는 자신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결코對日수교를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日本은 최근 北京과 워싱턴등의 공관에서 北韓측과 접촉할 의사를 나타내고 있으나 北韓은『일없다』『알겠다.더 두고 보자』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日本이 핵문제의 해결 기미가 보이자마자 北韓에 수교협상 손짓을 하는 것은▲핵문제 해결에 소외되어 있다는 인식을 불식하고▲北韓의 개방시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며▲한반도문제와 통일에 대해영향력을 갖고 싶어하는등 나름의 이유가 있다.
日本은 그동안『핵문제가 있더라도 北韓과 대화는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北韓의 반응은 묵묵부답이었다.
게다가 91년초부터 92년8월까지 모두 여덟차례 진행된 北-日수교회담 진행상황과 최근의 北-美협상진행 상황으로 미뤄볼때 北韓이 당분간은 日本을 쳐다보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北韓으로서야 對日청구권을 받아 빈사상태에 있는 경제에 긴급수혈을 할 수도 있고,美國과의 수교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점등은 日本과의 수교에 더 관심을 둘 이유가 된다.
그러나 체제유지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北韓은▲속도를 늦추며 개방을 하고▲金日成 통치권위의 근간이 되고 있는 항일투쟁의 명분퇴색우려▲日本에 대한 역사적 감정과 개방시 급속한 예속 우려▲日本과는 언제든 수교가 가능하다는 판단등은 日本 보다 美國과의수교에 더 우선을 두게 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美國과는 수교해 놓고도 문을 닫고 지낼 수 있지만 日本과는 급속한 개방이 자칫 경제 예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北韓은우려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北韓은 美國과의 수교협상 판이 깨졌다고 판단할 경우 日本과의 협상을 본격화할 가능성은 있다.
北韓이 美國과 수교를 위해 넘어야 할 산(전제조건)이 너무 많아「先 美國,後日本」수순의 수교에 관심을 가질 것이란 분석에제동을 거는 의견도 있다.
***하반기쯤엔 윤곽 美國은 핵문제가 해결된다해도 수교의 전제조건으로 미사일 수출금지.인권탄압 중지.테러 행위 중지등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교협상이 실제 수교로 이어지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것이 이들의 논거다.
한 당국자는『美國은 아직도 北韓을 적성국가로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면서『美國은 원칙을 중시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핵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바로 北-美수교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것은 단견』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변수가 많아 우리 정부관계자들의 전망도 엇갈리는 北韓의 對美.對日수교 방향은 핵문제 타결 진도에 따라 빠르면 올 하반기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朴義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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