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들 TV드라마 넘나든다-스크린기법 도입 긍정효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영화감독들의 TV드라마 진출이 활발하다.박철수 감독이 지난해MBC-TV『여자의 남자』등을 연출한데 이어 이장호 감독이 다음달 10일 방영될 KBS의 설날특집극을 제작중이다.또 홍기선감독은 3월중 방영될 MBC-TV의 동학농민전 쟁 1백주년 특집극『역류』의 극본을 썼다.
지금까지 영화감독들의 드라마 제작 참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선우완 감독은 영화 데뷔 직후 MBC-TV『베스트셀러극장』을 연출하면서 영화감독보다 드라마연출자로 더 능력을 평가받았다.또『우묵배미의 사랑』『경마장 가는길』로 연출 능력을 인정받은 장선우 감독도 초기에는 TV단막극의 극본을 여러 편 썼다.홍기선 감독은『역류』이전에 지난해 가을 MBC-TV『베스트극장-유년의 삽화』의 극본을 쓴 경험이 있다.
박철수.정지영 감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데뷔초기인 80년대중반 MBC-TV PD로 입사,『베스트셀러 극장』의 전용연출자로 활약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이 드라마에 처음 참여한 때는 데뷔 초기 무명감독시절이었고 이장호 감독처럼 영화감독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고 나서 드라마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장호 감독은 당초 새해부터 대작영화『장길산』촬영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KBS측의 외주에 따라 자신이 대표로 있는 판영화사가 직접 제작하는 특집극 2부작『너의 뺨에 입 맞추리』를 촬영중이다.재미작가 민예영씨의『적선』등을 묶어 각색 한 이 드라마는 이민생활의 문화적 충격과 갈등을 중심으로 재미교포의 애환을「영화적」영상으로 옮길 예정.
시나리오를 직접 써온 홍기선 감독이 대본작가로 참여하는『역류』는 60분물 8부작으로 동학농민전쟁의 한복판에 서는 인물을 통해 한국 근대사의 큰 줄기를 그리게 된다.
TV 연출을 발판삼아 영화감독으로 진출하는 것이 일반적 패턴인 미국에서도 최근 영화감독들이 TV에서 활약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플래툰』『JFK』의 올리버 스톤은 SF미니시리즈『와일드 팜스』를 총감독해 최근 ABC-TV를 통해 방영했으며,이미『어메이징 스토리』로 TV 연출 경력이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는액션모험물『해양탐험 DSV』를 제작했다.로버트 올트먼 ,배리 레빈슨,시드니 폴락등도 TV물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영화감독의 TV진출은 기본적으로 TV의 영향력이 막강해진데 기인한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TV드라마는 영화보다 열등한 영상매체로 인식돼왔으나, 폭넓은 대중적 파급력을 가진데다 방송사로부터 풍부한 자금.기술지원이 가능해 작품성에서도영화 못지 않은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우리의 경우 영화계가 영세해 감독들이 일감을 잡기가 쉽지 않은 점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홍기선 감독은『영화와 TV는 서로 도움을 줄 여지가 많다』면서『영화적 기법의 도입은 드라마 완성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郭漢周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