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세 늘어 「조세마찰」 있을듯/「농어촌특별세」 파장과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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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각종 세감면 줄여 재원조달 구상/중기·수출기업·제조업 타격 예상
조세연구원이 10일 발표한 농어촌 특별세 징수방안은 1년에 세금을 1조5천억원 더 거둔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 일인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연구원은 이 방안에서 각종 세금감면혜택을 줄이고 일곱가지의 세금에 목적세를 더 붙이는 등 한마디로 더 거둘 수 있는 부분은 거의 망라해 놓았다. 따라서 「농어촌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원칙에 대한 찬성과는 별도로 막상 세금이 부과되는 단계에서는 상당한 조세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
또 세금을 누구에게서 어떻게 거두느냐는 문제보다 더 어려운 과제는 그 세금을 어떻게 쓰느냐다.
「생산성」에 직결되는 돈 쓰임새는 대개 「쓴약」 일 경우가 많고 과거의 경험에서 보듯 당장 달콤한 「소득 보상적」 지출에는 농어민과 정치권이 쉽게 한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이 목적세가 생기게 된 취지는 물론 UR 타결로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촌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UR로 이득을 보게 되는 계층이 세금을 더 내는 것이 옳다.
그러나 그런 UR 수혜계층을 세법상 가려내는 일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설령 어렵사리 수혜 계층을 골라낸다 해도 그같은 과세방식만으로는 연간 1천억원도 더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데 재무부의 고민이 있다.
또 농산물 수입에 얹히는 관세는 지금도 대부분 농업지원용에 돌려지고 있어 이를 「농업목적세」로 전용한다는 생각도 결국 「오른쪽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 왼쪽주머니에 옮기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공산품 수출 때 「1백원 수출에 1원 부과」하는 식의 수출부가세를 매기자니 수출경쟁력에 문제가 있어 곤란하기는 매한가지다.
이같은 고민을 바탕에 깔고 연구원이 나름대로 짜낸 「묘수」가 바로 각종 감면세액을 다시 농업목적세로 환수하는 방안이다.
곧 조세감면 규제법상 깎아주고 있는 세금 가운데 일정비율 만큼을 농업목적세로 다시 내도록 해 재원을 조달하자는 것이다.
현재 국세의 감면규모만해도 법인세·소득세 등 2조4천여억원(92년 기준)에 이르고 있고 관세도 3천억원 이상이 감면되고 있으므로 이중 40% 정도만 환수해도 1조원은 조달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특히 누구는 깎아주고,누구는 다 받는데서 오는 세부담의 불공평을 해소하고 민간경제에 대해 중립성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제개편 방향인 「세원은 넓게,세율은 낮게」라는 원칙과도 부합된다는 논리가 바탕에 깔려 있다.
연구원은 나아가 농업목적세 부과시한(10년)이 끝나더라도 축소된 감면폭을 다시 확대하지 말고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의견까지 내놓았다.
문제는 이같은 축소·폐지로 누구의 세부담이 더 늘 것이냐에 있다.
현행 감면제도들은 ▲기술개발 ▲수출지원 ▲중소기업·영세상공인 우대 ▲산업합리화 ▲민생안정 ▲균형발전 등 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주된 혜택 대상은 중소기업·수출기업·제조업 등이었다.
이는 조세감면을 줄일 경우 이들의 세부담이 대기업·내수기업·비제조업보다 상대적으로 더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현행 감면세액중 거의 대부분인 2조3천여억원이 소득·법인세 등 직접세이므로 직접세의 비중이 크게 늘게 되어 있다.
연구원 제안에 따르면 소득·법인세는 세율 자체가 높아지게 된다.
이들 세금에는 지난 90년까지 방위세가 부과됐다가 91년부터 방위세 폐지로 세부담이 줄었는데 농업목적세를 물리게 되면 없어졌던 세금이 부활되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적잖은 조세저항이 예상되는 부분이지만 이같은 생각은 만일 부가가치세와 같은 형식으로 세금을 거두었다가는 곧바로 물가인상이 따라붙게 된다는 걱정끝에 나온 궁여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직접 일을 해서 번 돈」에 붙는 이들 세금을 더 물리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와 함께 세금을 거두기가 간접세보다 어렵다는 점에서 앞으로 조세저항을 어떻게 무마기시키고 세정을 어떻게 펴 나갈지가 관건이 된다.
연간 1조5천억원이란 규모는 어른이든 아이든,실업자든 취업자든 모든 국민에게 지금보다 연간 1인당 3만3천7백원(2.6%)씩의 세금이 더 돌아가는 것이며,GNP에 대한 조세부담률도 0.5% 포인트 더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정부가 신경써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세금을 어디서 거두느냐」보다 「세금을 어떻게 쓰느냐」일 것이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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