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방통대의 무신경한 전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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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직장인들이 평일 낮에 시간내기가 어디 쉽습니까.대부분이 직장인인 수험생을 상대로 입시전형을 하면서 오후5시까지로 마감시한을 제한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7일 오후5시40분쯤 서울종로구동숭동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입시원서 접수창구앞.아무도 없이 텅빈채 불이 꺼져 있는 창구앞에서 회사원 金蓮熙씨(26)는집에 돌아갈 생각도 않은채 애써 작성해온 원서를 들고 불만을 터뜨렸다.당초 학교측은 3일부터 13일까지 열흘동안 계속되는 원서교부및 접수 마감시간을 다른 일반대학처럼 오후5시로 정했다. 그렇지만『수험생 대부분이 직장에 다니고 있어 오후5시 교부및 접수마감시간을 지키기 어렵다』는 학생회측의 지적에 따라 학교측은 5일부터 원서교부 마감시간을 오후10시로 연장했다.
그러나 학교측의 이런 배려도 수험생들에게는 실제로 아무 도움도 주지 못했다.원서교부시간만 연장했을 뿐 접수마감시간은 여전히 5시로 남겨뒀기 때문.
접수시간을 오후5시로 제한한 대신 학교측은 시내 대형서점들에「방송대 원서접수 대행창구」를 설치,수험생들이 자유롭게(?)이곳에서 원서를 사고 접수할 수 있도록 했다.
직장에서 전산업무를 맡고 있어 주말에도 오후5시가 넘어야 퇴근할 수 있는 金씨는 평일 학교에 원서를 접수할 수 없게 되자8일 오후늦게 다른 수험생들처럼 시내서점의「접수대행창구」를 찾았다.그러나 이곳에서도 金씨는 다시 한번 분통터 지는 일을 겪어야 했다.
학교에서는 원서대 5백원과 전형료 2천원등 모두 2천5백원을내면 접수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선 업자들이 「상담료」라는 명목으로 2천5백원씩을 추가로 받고 있었던 것.
『학교가 수험생들을 위해 조금만 성의를 보였어도 두번 걸음하거나 추가로 돈을 들일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하는金씨의 심정은 만학도가 치러야할 유일한 장애이기를 바라고 싶었다. 〈趙紋槻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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