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기득권유지” 내심 반색/민주도 당대회 연기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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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자제 공천서 영향력행사 가능/조직정비 늦어져 “무력화” 고민도
민자당 전당대회가 연기됨에 따라 민주당의 조기전당대회설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
본래 내년 5월에나 있어야 할 전당대회이지만 내년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고려해 금년 7월께 조기에 치르자는 의견이 대두됐고 이에따라 각 계파간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기택대표나 김상현고문의 경우 현 판세를 근거로 조기 격돌하는 것을 피하지 않을 태세였다.
비주류측의 다른 최고위원들은 합종연형의 구도짜기에 바빴다.
이런 마당에 민자당의 전당대회 취소결정은 민주당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한쪽이 소위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소모적인 정치싸움을 뒤로 물리자고 하는 마당에 민주당만 내부격돌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민주당도 조기에 선거분위기로 과열되는 것을 반대해왔다. 지금은 물가문제·UR대책 등 민생문제에 주력할 때라는 입장표명이 있었다.
그러나 민자당이 연초부터 지구당 개편대회를 필두로 시도지부 개편·전당대회 등의 정치행사로 기세를 돋을 경우 민주당으로서도 맥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런 점 때문에 민주당도 조기전당대회 돌입이라는 카드를 생각했던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내막적으로는 민자당의 결정을 은근히 환영하고 있다.
현체제가 내년까지 유지된다면 지자제 공천에서 현최고위원들이 기득권을 누릴 수 있으며 이 대표로서도 차기대권을 향해 가는데 조기전당대회를 치르는 무리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미 연초부터 정치쟁점보다는 민생문제에 초점을 맞추어왔다.
김영삼대통령의 임기중 가장 큰 위협요소는 물가를 비롯한 경제문제라고 보고 있다.
쌀시장 개방 등 우루과이라운드 문제도 민주당이 민생문제와 관련해 주요 쟁점으로 제기하고 있는 부분이다.
민생문제를 둘러싼 이런 표면적인 노력의 궁극적 목표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의 승리다. 이는 여야에 모두 중대한 심판대이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실패할 경우 공천권자들에 대한 반발 등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나게 된다. 지도체제 전반에 대한 도전이 이루어져 김대중 전 대표의 후견체제나 이기택대표의 대권 도전 자체에 회의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시장·군수까지 공천하게 될 경우 인력확보와 교육이 시급하다는 것이 지도부의 인식이다.
민주당은 정치활동 잠정중지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당내 세력판도의 현상유지라는 점 때문에 도움이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야당의 무력화를 촉진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정당이 정치활동,다시 말해 선거에 대비한 조직활동을 포기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왜소화돼가는 야당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없는 속에서 정치를 활성화해야 하는 이중구조를 현지도부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끌고 갈지는 미지수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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