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동·허담 평양­서울오갔다/85년 9,10월…허,김일성친서 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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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본사 「청와대비서실」 취재팀 최초 확인공개/전 대통령 기흥서 허담 만나/장씨,김일성 만나고 관광도
85년 가을 전두환대통령과 북한의 김일성주석은 남북한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 장세동 안기부장·허담 노동당 비서(91년 사망)를 자신의 특사로 각각 평양·서울에 극비리에 파견했던 것으로 7일 처음 확인됐다.
허 비서는 85년 9월4일부터 6일까지,장 부장은 10월16일부터 18일까지 각각 신변보장 각서를 교환하고 판문점을 거쳐 상대방 수도에 도착,전 대통령과 김 주석을 면담했다.
전 대통령과 김 주석은 접견과 함께 이들에게 각각 오찬을 베풀고 환대했으며 정상회담을 갖기로 의견접근을 보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양측 특사 일행은 각각 쉐라톤 워커힐호텔 별관·모란봉 초대소에 묵었으며 서울·평양에서 별도의 관광일정을 가졌었다.<관계기사 25,26면>
장·허씨는 교환비밀방문을 통해 1차 정상회담(남북한 최고위급회담)을 「조기에」 「평양에서」,2차회담은 서울에서 갖기로 하는 한편 남북한 긴장완화·통일방안과 원칙 등 회담 의제,회담의 공개방안·시기까지 구체적으로 협의했었다.
허 비서는 85년 9월5일 경기도 기흥의 최원석 동아그룹 회장 별장에서 1시간10여분동안 전 대통령을 만나 전 대통령의 평양방문의사를 정중히 환영하는 김일성의 친서를 전달하고 『김일성주석님께서는 대통령각하와 가능한한 빨리 만나시길 희망하십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6·25때 북한군의 서울 점령중 김일성이 서울에 왔었음이 처음 확인됐다.
전 대통령이 허 비서를 면담하는 자리엔 북측에서 수행원인 한시해 노동당부부장(유엔대표부대사),우리측에서 장 부장·박철언 안기부장특보가 배석했다. 허 비서는 한시해외에 최봉춘·안병수(이상 비서국 직속과장),그리고 주치의 1명을 수행원으로 데리고 왔었다.
이어 평양을 비밀방문한 장 부장은 10월17일 주석궁에서 김 주석을 면담,「내가 평양에 다녀온후에 주석님이 서울을 방문해달라」는 내용의 전 대통령 친서를 전달했다. 면담자리에는 박 안기부장 특보와 허담·한시해가 배석했다.
그러나 85년까지만해도 정상회담에 우리보다 더 적극적이던 북한측은 86년부터 「성과보장을 위한 사전조치」로 팀스피리트훈련 등 상호 대규모 군사훈련 중지·88올림픽의 동시개최 문제 등을 내걸고 소극적으로 돌아섰으며 그후 직선제 개헌·인권·반미문제 등으로 한국의 정치상황이 불안해지자 정상회담 자체를 외면했다.
남북한 정상회담을 조기에 열겠다는 전 대통령의 의중은 85년을 넘기지 말자는 취지였으며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면 올림픽의 일부종목 개최를 평양측에 떼어주려 했으나 북측은 개방에 따른 부담을 계산한데다 한국의 정정불안을 활용하기 위해 점차 소극적으로 자세를 바꿨던 것으로 전해졌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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