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팅열전>연날리기 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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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팽팽한 줄의 촉감을 느끼면서 바람의 세기에 맞춰 줄을 당겼다풀었다하는 연날리기의 재미는 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모른다.
기업의 마키팅활동에서도 상품에 대한 공급량을 일선 판매점의 주문량에 의존하지 않고 메이커가 공급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상품인기를 부추기는 방법등이 종종 등장하는데 그모습이 연날리기와흡사하다해서「연날리기 전술」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
바람이 수요량이라면 연줄은 공급량이고「높이 뜨는 것」은 인기도,「멀리날아가는 것」은 매출확대와 같다는 것이다.
즉 연이 조금 뜬다고 해서 바람세기를 넘어설 정도로 줄을 풀면 연은 조금 멀리 날아가다 밑으로 처박히게 마련인데 이는 한제품이 인기를 끈다고해서 소비자들 실수요보다 훨씬 많게 공급하면 매출액은 조금 늘지 몰라도 결국 인기도가 떨 어져 재고누적으로 인해 실패하고 마는 것과 같다.
반대로 바람이 몹시 부는 데도 줄을 풀어주지 않으면 연이 높게는 뜰 망정 결국 줄이 끊어지거나 연이 휘청거리는 것처럼 히트상품에 대한 공급량도 지나치게 줄이면 소비자들은 잠시 이 제품을 찾다가 결국 취향을 바꿔버리고 메이커도 인기 만 잔뜩 얻었지 실제로는 손해보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일선 판매상이나 대리점들이 인기제품을 미리 확보해놓기 위해 실수요량보다 서너배씩 많게 주문을 낸다는 사실을 모르고 주문량대로 공급을 마구 늘렸다가 결국 재고부담으로 쓰러진「스카이콩콩」(12월8일자 本欄소개)이 전자의 사례라면 80 년대 등장했던 청보식품의「곱배기라면」은 후자의 예다.
청보식품의 경우는 광고를 엄청나게 내보내면서 일선 소매상들에게는 제품을 조금씩만 공급,소비자들의 주목을 끄는데는 성공했으나 이때 적절한 공급량확대로 매출액을 늘리지 않고 인기만을 고집,소량공급만을 계속하다 결국 수지악화와 他회사의 대체상품 등장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던 것이다.
노련한 손놀림과 많은 경험도 없이 연을 높게,그러면서도 멀리날린다는 것은 보기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다.
〈李孝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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