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냉해로 멍든 농민 밭에 눈썰매장 개설-춘천 정재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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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냉해등으로 올 농사소득도 시원치 않은데 눈썰매장이라도 잘돼농외소득을올렸으면 합니다.』 강원도춘천군동면상걸2리 鄭載寬씨(42)는 지난해 들깨를 심었던 자신의 밭 1천5백여평에 폭 10여m,길이 40여m의 슬로프 3개를 갖춘 눈썰매장을 만들어 지난 1일 개장했다.
눈썰매장에는 3백50개의 눈썰매가 준비돼 있으며 썰매장 옆에는 鄭씨의 부인 閔明男씨(38)가 비닐하우스로 만들어진 간이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鄭씨가 눈썰매장을 만들어 운영한 것은 지난해 겨울에 이어 두번째.논 1천평에 밭 3천평의 농사를 지어도 소득이 시원치 않자 작년 겨울 농한기에 한푼이라도 벌기위해 이웃 주민의 밭 3천평을 임대해 중고 눈썰매 2백개를 3백만원에 구 입,눈썰매장을 개장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눈이 많이 내리지않아 1주일만에 폐장하고 썰매임대료 2백만원을 건진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올 농사에서 냉해로 벼 8가마를 수확하는데 그치고 애호박과 들깨를 재배했어도 전체 소득이 7백여만원에 불과해 인건비등 제비용을 빼면 남는 것이없는데다 농한기에 달리 돈벌이를 할 것이없자 또다시 눈썰매장을 준비했던것.3백50여만원 을 들여 새로1백50개의 눈썰매를 구입하고 지난해의 실패를 거울삼아 눈썰매장의 위치를 비교적 응달인 자신의 밭으로 옮긴 것과 함께 서울업자에게 3백50만원을 주고 인공제설장비도 임대했다.
썰매장 개장을 위해 鄭씨는 그동안 용인자연농원 눈썰매장,고성알프스스키장등을 견학했으며 인공제설장비를 다루는 법도 익혔다.
눈썰매장은 춘천에서 승용차로 20여분 떨어진 거리에 있지만 아직 홍보가 안돼 신정연휴기간중 3백50여명의 꼬마손님이 몰렸을뿐 한산한 모습이다.그러나 鄭씨는『큰 돈을 못벌더라도 냉해와UR협상의 타결로 시름에 잠겨있는 이웃 주민들에 게「살길은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을 만큼만이라도 눈썰매장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에 부풀어 있다.썰매 임대요금은 5천~7천원.
[春川=李燦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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