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 중앙문예 시조부문 당선작-정일균,廢苑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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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1 저 눈(眼)은 파충류처럼 쉬이 죽을 듯 싶지 않다.
제 몸을 잘라내며 꿈꾸듯 앓던 고열로 자다가 다시 일어나 視界 밖을 떠도는 돌.
2 아,나는 아직도 배내옷 벗지 못하고 자갈뿐인 회한의 집터에 버려져 길을 잃었다, 누워야 구를 줄 아는 태엽 끊긴 시간속에서. 3 우리는 왜 이 곳에 왔는가,먼 후손이 되어, 先史깊이 퇴적된 잠과 꿈의 경련으로 바람 끝 온갖 신음들 우듬지에스산한데….
4 저 눈(雪)은 수장된 지 오랜 꽃잎을 띄워 날린다.
결정체만 남기고 모두 매설해버린 욕망, 명맥이 허리를 틀며 손 끝마다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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