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백경>15.대학가의 사장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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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中國에선 대학생이 지도교수를 부를때 다오스(導師)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엔 지도교수를 라오반(老板)이라 부르는 일이 흔하다.사장님이란 뜻이다.처음에는 공과계열 대학에서 사용되더니 이젠문과계열 대학에까지 두루 통용되는 말이 되어버렸 다.
평소 지식분자로 소외당해왔던 교수들의 역할이 연구.강의중심에서 돈벌이로 옮겨져 평가되기에 이른 것이다.시장경제의 열풍이 상아탑에까지 넘쳐든 것이다.
대학생들이 그들의 스승을「라오반」이라고 부르는 심리의 저변에는 자기의 지도교수가 라오반이 되기를 바라는 희망이 깔려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염원을 담고 있기도하다. 그러나 교수들은 제자들로부터「사장님」내지「주인장」이란 의미인『라오반』으로 불리는 것을 그리 내켜하지 않는 것같다.北京 문과대학의 한 젊은 교수는 라오반으로 불리고 나서는『학생들은 내가 導師가 될 권리를 박탈했다.처음 라오반이란 호 칭을 들었을때 나는 대학의 導師로부터 시중의 라오반이 된데 대한 실망감과 함께 어쩌면 진짜로 라오반이 된 것같은 황송한 기분이 들었다』며 당혹스러웠던 감정을 털어놓기도 한다.
중국에서 케케묵은 라오반이라는「반동적」표현이 부활한 것은 최근 1,2년사이.시장경제의 가속화 바람과 함께 나타난 개인사업가를 라오반이라고 부른 것이『너도 나도 사장님』이라는 식으로 맹렬한 기세로 유행한 것이다.
교수의 호칭이 달라짐에 따라 사제관계가 변질된 것은 당연지사.모대학에서 한 실습생이 자기의「라오반」에게 공개적으로 작업수당을 요구해 대학가의 화제가 됐다.자신도 고급두뇌로 노동을 했으니 보수를 받아야겠다는 것이다.北京대학의 한 화 학계열 교수는『학생의 실습이 정규과정에 속한 것이라면 보수를 요구해서는 안된다.그밖의 실습활동이라면 학생들 대부분이 수입원이 없는 사정하에서 일정한 보조를 달라고 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그렇지만 공개적으로 자신의 지도교수에게 보수 를 달라고 한 것은 단견』이라고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그러나 어디까지가「정규과정의 실습」이고 어디까지가「그밖의 실습」인지 종잡을수 없는게 현재 중국의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北京대학만해도 캠퍼스의담장을 헐어내고 상가건물을 지었는가 하면 이공계열을 중심으로 전국규모의 대형 회사를 차리고 있기 때문이다.
北大方正이라면 중국에서 손꼽히는 전자회사로 대학촌이자 전자제품거리인 中關村 일대에 상당한 비중을 장악하고 있다.그런데 이회사는 바로 北京大 산하기관이다.北京大 산하에는 이만한 규모의회사가 3개쯤 더 있다.학생들은 학생 나름대로 아르바이트 수입에 더 열을 올려 대학가의 연구풍토가 위기에 처했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부에서는「대학가에 상업주의의 충격」,「經商후유증」등으로 부르며『대학의 공기가 확실히 들떠있다.사회적분위기의 축소판이지만 오래지 않아 진정될 것』이라며 우려와 희망사항을 함께 나타내기도 한다.그러나 학원에 부 는 經商후유증은 의외로 고질적일지 모른다.웬만한 소학교 학생조차 벌써 책가방속에 치부책을 챙겨넣고 쉬는 시간만 되면 카드.문방풀.전자장난감.잡지 따위를 서로 거래하면서「라오반 꿈나무」로 자라나고 있는 세태이기 때문이다.
[北京=全擇元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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