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 먹기 힘들어진 유럽/EC 수입수산물 위생기준 대폭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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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식집·일식당 재료 못구해 “발동동”
올해 유럽으로 여행가는 사람들은 현지에서 생선회를 맛보기 어렵게 됐다. 유럽공동체(EC)가 수입 수산물에 대한 위생기준을 크게 강화하는 바람에 생선회·어묵·조림 등을 내놓고 있는 일식당과 한식당들이 심각한 재료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최근 마이니치 신문은 EC지역의 일본대사관과 일식당들이 신년 파티에 쓸 감과 초밥용 재료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을 보도하기도 했다.
5일 대한무역진흥공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새로 강화된 EC의 위생기준은 주로 생산공장의 직업환경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예를들어 근로자가 화장실 다녀온 손으로 생선을 만지지 못하도록 페달식이나 자동식 화장실을 갖춘 업체의 제품에만 수입허가를 내주고 있다.
또 작업장이나 화장실에는 1회용 타월을 설치하고 바닥에는 미끄럽지 않은 타일을 깔도록 의무규정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일본 모두 수산가공품을 만드는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기업인데다 대EC 수출액도 적어 일부 대형 통조림 공장을 제외하고는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형편이다.
우리나라는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EC지역에 1억4천만달러어치의 생선회·오징어·굴비·게맛살 등을 수출했는데 올해에는 이보다 훨씬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EC지역의 한식당 및 일 식당들은 푹 익힌 통조림을 주메뉴로 내놓거나 현지에서 동양인 입맛에 맞는 생선을 구해야 할 판이다.<남윤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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