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노사분규 방지 고육책/긴급조정권 적극 활용 왜 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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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임금협상 4∼5월까지 매듭 유도/하반기엔 본격 경제활성화 추진
노동부가 올해부터 노사분규의 극약처방에 해당하는 긴급조정권 발동을 적극 활용키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은 올해 노동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노사안정인 것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긴급조정권 발동은 국가경제가 크게 위협을 받는 긴급사태를 전제로 취해지는 것으로 노동부가 이같은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악성 노사분규만은 절대 막아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해 4월 노총과 경총간 임금에 대한 합의를 최초로 이뤄낸데다 지난 한햇동안 노사분규가 최근 수년사이 가장 적었던 점 등 노사관계가 점차 호전되는 단계에서 이같은 방침을 적극 검토하는 것은 정부로서 큰 모험이자 고육지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올해의 노사관계 전망이 밝지 않은데다 경제도 어려울 것으로 보여 노사분규의 우려가 높다는 반증이며 자동차·조선 등 국가기간산업의 노사분규가 올해도 계속될 경우 우리 경제의 회복이 힘들다는 전망이 깔려있다.
이와함께 올해의 노사관계 전망에 있어 정부가 이니셔티브를 잡고 선제공격을 취해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을 4∼5월 이전에 마무리짓도록 유도,하반기에는 본격적인 경제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배경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는 지난해 4·4분기 노동동향분석을 통해 올해의 노사분규는 지난해에 비해 발생 사업체 숫자와 규모에 있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전노협 등 재야 노동단체나 검경 등 공안당국의 분석과 예측은 반드시 분홍빛만은 아니다.
즉 지난 수년간 국가 경제의 침체에 따라 각 사업장의 단위노조들이 임금인상을 자제해온데다 이같은 추세가 수년간 지속되면서 마치 경제의 어려움이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사회에 확산된 것을 올해에는 임금협상들을 통해 바로 잡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노동부의 입장은 방침을 확정하더라도 대규모 노사분규에 대한 긴급조정권의 발동을 공식적인 발표를 통해 밝힐 입장은 아니다.
왜냐하면 노동부는 지난해 노총과 경총간 임금인상폭에 합의했던 사회적 합의를 올해에도 이끌어내려고 지난해 말부터 각종 노력을 기울여온데다 3월부터 시작될 임금협상 과정을 앞두고 일부러 노동계를 자극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긴급조정권의 발동은 노사분규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7∼8월께가 되어야 실현여부가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안이 확정,시행되하려면 우선 8일께로 예정된 국무총리에 대한 보고과정에서 승인이 나와야 하고 이후 경제기획원·상공부·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협의를 거쳐야 하는 등의 절차가 남아있다.
그러나 69년 조선공사 노사분규와 지난해 현대자동차 분규때 발동됐던 긴급조정권은 노사문제를 자율로 해결하도록 정부가 유도하는 방안을 포기하고 강수로 타율해결을 기도하는 자체가 노사관계의 장기적인 안정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뿐 아니라 극약처방이 듣지 않았을 경우 최악의 사태를 감수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반드시 노동부의 방침이 그대로 국정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서는 노동부가 이같은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국가경제의 어려움을 탈출하기 위한 안간힘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김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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