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직에 두루 포진한 「상도동사단」/문민정부 YS측근 현주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덕룡·서석재씨 향후 역할 주목/“안챙겨준다” 섭섭해하는 사람도 많아
김영삼정권 출범후 10개월여만에 상도동계가 국정을 전면 책임지고 나섰다. 청와대는 물론 정부와 민자당 및 각 기관의 요직에 두루 포진한 것이다. 이로써 김 대통령은 어떤 의미에서는 정치적인 빚을 청산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 셈이다.
YS의 이같은 인사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하나는 「전형적인 논공행상」이라는 곱지 않은 시각이다. 이전의 군사독재정권의 요직 독점 행태와 다를 것이 뭐냐는 지적이다. 다른 하나는 민주적 인사들의 요직 포진으로 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다.
YS의 사람들중에서 측근중의 측근은 아무래도 비서실 출신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대략 김덕룡의원이 비서실장을 맡았던 80년대를 중심으로 그 이전을 1기,85년 민추협 시절부터 그 이후를 3기로 분류할 수 있다.
1기 비서중에서도 서석재 전 의원과 김봉조 국회 UR특위 위원장·김태환씨(현 청와대 총무비서관·1급) 등이 최고참이며 이어 문정수 민자당 사무총장·정재원 전 의원·김재석씨(전 민자당 총무국장) 등이 김덕룡의원·이원종 청와대 정무수석(2기로 분류) 등과 함께 70년대 비서로 활동했다. 이들중 80년대 초반부터 상도동을 떠난 정 전 의원과 민자당 사무처 요원 감원때 실무작업을 맡은뒤 감원자들속에 합류했던 김 전 국장을 제외하곤 요로에서 활약하고 있다.
동해 보궐선거 후보매수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사퇴한 서 전 의원도 지난해말 복권돼 앞으로 그의 역할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일본 동경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오는 2일 귀국할 예정이다.
2기 「김덕룡비서실 멤버」로는 이원종 정무수석·홍인길 총무수석·김기수 수행실장·장학로 제1부속실장·김도 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비서실 근무자들과 최기선 인천시장 등이 있다. 김 전 장관이 지난 연말 장관직에서 전격 경질돼 평의원으로 백의종군하고 있으나 나머지는 김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가장 원기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대통령의 심중을 잘 안다는 이들이야말로 김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살피고 있으며 YS 개혁마차를 끌고 가는 말(마)들이라고 할 수 있다.
85년이후 합류한 3기의 김무성(사정1)·김길환(민정)·박영환(공보)비서관 및 박종웅의원 등도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활동중이다.
김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인사로는 신상우(국회 국방위원장) 박권흠(5공시절 국회 문공위원장) 김덕룡·김동규(12,13대 의원) 최기선(인천시장) 서청원(정무1장관) 김우석(건설장관)씨 등과 민정계 출신이라 할 수 있는 신경식의원·최창윤 전 총무처 장관 등이 있다. 두사람이 장관직에 있는 반면 5공 신군부에 협력했던 박권흠씨는 새정부 출범후 입시 부정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러 영욕이 갈렸다.
이른바 「좌동영 우형우」의 김동영 전 의원(작고)·최형우 내무장관은 비서출신은 아니지만 김영삼 원내총무 시절 전문위원 또는 김 대통령이 이끌던 각종 연구소의 핵심멤버로 오랫동안 보좌해왔다. 황낙주 국회부의장·황명수 전 사무총장 및 박용만 전 의원과 유성환·심형식·박희부의원 등은 김 대통령의 막료나 동료·후배로서 야당생활을 오래 같이 한 인물들이다.
이들 이외에도 민주산악회원 등 김 대통령과 고락을 함께 한 상당수 인사들이 새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민자당·국회 및 정부투자기관과 협회·산하단체 등에 자리를 잡아 상도동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이를두고 『상도동엔 개만 남았다』(민주당 박지원대변인)는 비아냥거림도 있다. 그러나 이들 상도동 식구들은 오히려 『오랜 야당생활을 하다보니 신세진 사람이 워낙 많아 그들로부터 「챙겨주지 않는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고 하소연한다.<김기봉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