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바람직한 남북한관계의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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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93년은 남북한 관계 발전에 커다란 제동이 걸렸던 한해였다.
그것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와 탈퇴 유보를 거듭하면서 한반도 문제가 남북관계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미국을 위시한국제적,한반도 외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올해 남북한 관계 발전 전망은 북한 핵문제가 언제,어떤 형태로 해결될 것인가에 크게 달려 있다.
북한 핵문제는 현단계에서 이미 한 고비를 넘기고 해결의 중간단계쯤 와 있는 것같다.북한은 최근 움직임에서 알 수 있듯 경제문제의 심각성을 더이상 방치할 경우 金正日 권력 승계 체제에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군사적.경제적 양보 제스처와 명분을 살리는 외교 방식을 통해 핵사찰.NPT 복귀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사찰 문제가 이같이 해결되면 남북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 분명하다.그러나 북한 핵문제 해결이 남북관계 발전으로 직결될 것이라는 기계적이고 단순한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 긍정적 측면에서 북한이 핵문제 해결 이후 미국으로부터 체제 인정에 대한 기대가 성취될 경우 보다 자신있게 남한과 접촉을 벌여 經協등 관계개선이 활발해질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결과를 놓고 남한을 배제하는데 성공했다고 간주하고 오히려 눈을 밖으로 돌려 일본.러시아등과 접촉 시도를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특히 핵문제가 해결될 경우 미국의 그늘에 싸여 북한과의 관계를 진척시키지못했던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발전에 적극적으로 나오거나 남한과의경제관계에 실망한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시도할 경우 북한의 外向化 경향은 강화될 수 있다.
올해는 국제적으로도 남북관계에 많은 도전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전개될 농업구조 조정.산업경쟁력 강화라는 경제적 목표의 새로운 정립과 정책방향의 구체화,이에 필요한 재정 염출을 위한 조세부담을 둘러싼 논쟁,특 히 핵문제가해결된 이후 북한이 당사자 해결 원칙을 포기하고 밖으로 돌 경우 그 대책을 둘러싼 논쟁등이 서로 얽혀 국내는 일대 큰 논쟁의 場을 이룰 전망이다.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꾀할 경우에도 經協등을 둘러싼 논쟁이 심화될 수 있고 대화 창구 일원화를 둘러싼 甲論乙駁 또한격화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한반도 문제를 국제화할 경우남한의 전략 수정을 불가피하게 할 것이란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한의 對北정책 기조인 한반도 문제의 한국화전략은 새로운 국제화와 국내화의 균형점을 모색해야 한다.
무작정 주변국의 對北접근을 막으려 하기보다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성,한반도 문제의 국제화를 막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 경우 흔히 對北관계 비장의 카드로 여겨져왔던 經協이 과연지금까지 생각해온 것처럼 중요한 카드가 될지 재평가해야 한다.
이는 우리가 어떤 방법으로 북한이나 주변국들이 우리의 당사자 해결 원칙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할 것인가 하 는 과제를 제기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변화된 상황에서 낡은 經協카드에 집착하기보다 핵문제 해결의 연장에서 이와 관련된 각종 군사.안보에관한 신뢰 구축 방안과 군축 논의를 전개시키는 방법을 고려해야한다. 특히 남북간에 합의된 기본합의서 세부사항중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때문에 연기 내지 거부했던 사항 대부분이 군사.안보에관련되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 문제의 심각한 고려가 더욱 중요해진다. 또 북한의 포스트 핵 전략변화의 성격에 따라선 對北관계 전략에 총체적인 재평가가 불가피해질지도 모르는 중요한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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