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毛시대鄧시대>3끝. 毛이념.鄧실용 공존의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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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물속에 들어가는 것은 고기를 잡으려는 것이고,바지를 걷어올리는 것은 강을 건너기 위한 것이며,말꼬리같은 머리를 늘어뜨린처녀의 입술이 새빨간 것은 혁명구호를 외치며 다녔기 때문이다.
』 마오쩌둥(毛澤東)시대의 유행어다.
이것이 덩샤오핑(鄧小平)시대에 들어 이렇게 改作됐다.
『물에 들어가는 것은 바다같은 시장에 뛰어들어 돈을 건지기 위한 것(下海)이고,바지를 걷어올리는 것은 미니 스커트를 입기위한 것이며,입술이 빨개진 것은 입술연지를 발랐기 때문이다.』유행에 민감한 젊은 여성을 통해 시대의 변화상을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毛시대에 철저히 배급제가 실시되면서 도시지역에선 개.고양이가자취를 감췄다.
농촌과 달리 도시에선 사람이 정량으로 받아온 양식을 나눠주지않는한 애완동물들이 살아남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급제가 폐지된 지금 수도 北京에선 한마리에 5만위안(약5백만원)짜리 애완용 개가 분양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도시처녀들이 애완견을 보란듯이 안고 데이트하는 것이 유행이 돼버렸다. 毛시대에 멸종됐던 것 가운데 되돌아 온 것은 개뿐만이아니다.웬만큼 재산이 있는 집이라면 시골에서 올라온「가정부」를두고 있고 주부들이 모여 마작으로 밤을 지새운다.
毛사후 17년,鄧의 개혁작업 15년동안 중국사회는 桑田碧海의변화를 치르고 있다.
毛에 대한 개인숭배가 절정에 달했던 그의 만년에는 환자가 병원에서 처방전을 창구에 들여보내면서『마오주시(毛主席)』하고 외치면 안에 있던 약사가『완스(萬世)』하면서 받은뒤 두사람이 합창으로『완완스(萬萬世)』했던 기막힌 시절이 있었다 .
밥상 앞에서도 수저를 들기전 온 가족이『毛주석만세,만만세』를외친 다음에야 비로소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봉건시대 수천년에 걸쳐 황제에게만 부르던「만세」가 화궈펑(華國鋒)에까지 계승되다 소멸된 것은 다름아닌 鄧이 등장하고 나서부터였다.
중국의 한 언론기관이 毛탄생 1백주년을 맞아 毛에대한 여론조사를 했다.50대 이상중 80%의 압도적 다수가 毛에게 진심어린 지지를 보냈다.문화대혁명의 직접 피해자들인 40,50대의 중년들도 비교적「역사적 시각」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67%가『毛는 비록 우리 세대를 망쳐놓았지만 중국인을 일으켜 자존심을 살려낸 공로가 크다』고 평가했다.
20,30대의 반응이 가장 의외다.
毛에 대해 57%가「숭배」내지「아주 숭배」라고 답변,가장 뜨거운 毛숭배열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국민학생으로 내려가면 대답은 天眞無垢 일색이다.天安門 성루에왜 毛초상을 걸었는지,毛가 중화인민공화국 창시자라는 것에 대해물으면『모른다』로 일관한다.『알고 싶지 않으냐』고 하면『생각해본 적 없다』『안 배웠다』『흥미없다』고 대답한 다.이들이야말로鄧이후 新중국을 이끌어갈「新인류」들인 셈이다.
『우리의 신분을 바꾸어 준 것은 毛이지만 부자로 만들어 준 것은 鄧이다』라는 것이 오늘을 사는 중국인들이 내린 두 인물에대한 결론인듯 하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라는 이율배반적인명제를 내걸고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있듯 겉치장으로 毛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鄧의 실용주의를 더 사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될것이다. [北京=全擇元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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