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책의해 결산-독서 필요성 인식엔 일단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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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책을 펴자 미래를 열자.』『책읽는 사람이 이끄는 사회.』 이같은 구호를 내걸고 시작된 93년「책의 해」는 지난 2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성과보고대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1월19일 개막식으로 시작된 책의 해는 그동안 70여건의 다채로운 행사를 벌인 뒤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것으로 평가된다. 책의 해라고 해서 그 전해에 비해 더 좋은 책이 더 많이 나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없다. 출판계는 여전히 불황의 늪속에 빠져있고 올해 나온 책들은 지난 해보다 종류는 5% 늘었지만 부수는 오히려 2.5% 정도 줄어든 것이 오늘 출판계의 현실이다.
그러나 올해 책의 해는 지난해「연극.영화의 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크고 성대하게 진행됐다는 특색이 있다.
책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그 성과는 좀더 시간을 두고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들에게 책의 중요성,독서의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책의해 조직위원회가 올해 벌인 각종 행사와 이벤트.운동.세미나는 70여건에 이른다.
이중 가장 성황을 이뤘던 것이 지난 5월 서울종합전시장에서 열린「93 서울 도서전」이다.
1천7백개 관련 출판사가 참여해 30만종의 도서를 전시한 이행사는 53만명이라는 사상 최대의 독자가 참여하는 성공을 거뒀다. 이후 8월부터 10월까지 부산.대구.대전.전주.청주 등에서 열렸던 지방 순회 도서전시회에도 모두 합쳐 1백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다녀갔다.
도서전시회는 언론의 집중보도까지 가세해 책과 책읽기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발맞춰 각종 기업체나 관공서 등에서 독서휴가제,사내 독후감 모집 등의 다양한 독서운동을 벌인 것도 책의해가 일궈낸 한 성과로 평가된다.
인켈이 독서휴가제를,한국화약이 사원들의 독서연수를,대한항공그룹이 사내 도서시장을 각각 시행한 것이 그것이다.
이같은 행사는▲관공서 1백89건▲도서관및 서점 1백64건▲기업체 44건 등 모두 4백54곳에서 6백80여건이 치러진 것으로 조직위는 집계하고 있다.
이밖에 조직위가 직접 주최하거나 주관한 행사는 전국순회독서강연회,책 사랑방 개설,재고도서전,해변도서전,한국의 책문화특별전,한국 옛인쇄문화특별전,책의 역사를 찾아가는 국내여행및 세계여행,공공도서관에 한국도서목록영문판 배포등 다양하다 .
이같은 행사중에는「책의 해를 기념하는 국제심포지엄」이 두드러진다. 지난달『멀티미디어시대의 책의 진로』를 주제로 열린 이 학술회의는 국제적인 출판관계자 2백여명이 대거 참가하는 국내 출판사상 최대규모로 열렸다.
전자매체에 밀리게 될 책의 장래와 대책,세계 각국의 독서진흥운동사례등을 발표하고 토론한 이 심포지엄은 한국 출판계로서 배우고 정리한 것이 많은 행사로 평가된다.
한편 올해 각종행사 외에도 제도적인 개선책으로 꼽히는 것이 독서문화진흥법의 제정이다.
도서관보다 작은 문고의 설치를「읍.면.동에는 의무화하고 사업장이나 주거단지에는 권장하는」이 법안은 한때 도서관계의 반발이있었으나 곧 출판계와 도서관계의 합의로 법안이 성안됐다.
「도서관및 독서진흥법」이란 제목으로 바뀐 이 법은 내년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金洛駿 책의해 조직위원회 위원장(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책의 해는 독서문화를 포함한 우리의 전반적인 문화수준을 한 단계높이고 그 잠재력을 여지없이 드러낸 계기가 됐다』고 자평하고『중복출판과 外書 로열티 과당경쟁을 자제하고 참고 서채택료 부조리를 없애자는 결의와 책광고 작게 하기 운동 등도 내년에는 더욱 많은 참여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趙顯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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