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저녁 누이가 흔들린다 아름다운 눈썹 잠시 감기고 누이의 연애는 잠 깬 나무 허리쯤에서 끝났지만 내 호기심은 아직도깨끔발을 들척였다 서툰 입김 휘파람소리 휘휘 펄럭이며 촘촘한 참빗 새로 달빛 참하게 쓸리고 아버지가 취해 돌아올 무렵 누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처럼 세월 가고 마른 버짐처럼 번지던 소문 난 사과궤짝 하나로 뎁혀지지 않는 방에서 感氣를 앓고 칼칼한 용각산을 털어주던 아버지 아버지가 팔다 놓은 장화 속 같은 어둔 방에서 나왔을 때 올망졸망 수락산을 내려오던 동네 아이들 망태기에 빈병과 캔통을 담고 사과 서리라도 마친 듯낄낄대던 한 묶음의 환한 햇살들 그리운 햇살들
<중앙시단>조기원,바람이야기 상계동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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