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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신공영 金泰亨회장-기울어가는 회사 재기 성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創業보다 守成이 어렵다」는 말은 2세 경영자들에게 자주 적용되는 우리 財界의 교훈이다.
실제로 국내에 수많은 기업이 있지만 2세 체제로 경영권이 승계되고서도 계속 빛을 내는 기업은 드물다.형제간의 재산 싸움이벌어지기도 하고 창업 공신격인 회사 원로와의 갈등등으로 社勢가기우는 사례는 많다.
건설업체 韓信공영의「젊은 회장」金泰亨씨(38)은 그런면에서 주목할 만한 2세 경영인이다.
지난 83년 약관 28세의 나이에 金회장이 작고한 부친(金炯鍾 회장)으로부터 갑자기 경영권을 물려 받았을 때 韓信공영은「기울어 가는」회사였다.
당시 매출액 1천5백억원,도급순위 34위,부채 3천억원이던 韓信공영은 이후 경영상태가 더욱 악화되어 87년에는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되기까지 했다.그러나 지금은 도급 순위 10위로 올라섰고 올해 말이면 산업합리화 대상 기업의 굴레 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이같은 韓信공영의 再起 뒤에는 金회장의 독특한 경영 스타일이크게 영향을 끼쳤다.
예컨대 자신의 회사가 지어 파는 아파트의 변기를 식구들과 함께 직접 청소하고 다니는 건설회사 회장은 金회장 혼자 뿐이다.
金회장은 어렵고 큰 일에 부닥쳐 괴롭고 우울해지면 찾아가는 곳이 있다.서울 돈암동에 있는 방 3개 25평 짜리 한옥집이 그의「안식처」다.
가난하던 어린 시절 아홉명이나 되는 형제등 열두가족이,그의 표현을 빌리면「오리떼처럼 몰려다니며 와글거리던」곳이다.
『돈암동 옛 집에 가면 어지러운 마음이 평온해지고 뭔가 다시시작할 수 있는 힘과 용기가 솟구칩니다.』 그는 서울 반포동 사옥 5층 사무실 바로 옆에 30평짜리 「韓信기념관」을 마련해아버지 金회장이 생전에 쓰던 책상.금고 등 각종 집기를 전시해놓고 보면서 정신적인 지주로 삼고 있다.韓信은 「한국에서 가장신용있는 기업」이라는 뜻을 지닌 아버지 金회장의 호다.
『아버지께서 집무를 하던 책상에 앉아 애장품을 둘러보며 이런때는 어떻게 하셨을까」하는 지혜를 얻습니다.』 金회장은 사원을채용할 때 여사원도 직접 면접한다.좋은 사람이 내집에 들어와야회사가 살 찐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따라서 맏며느리처럼 후덕한여사원,사위처럼 믿음직한 남자사원을 고른다는 것이 그의 면접 기준이다.
또 다른 특이한 면접 기준도 있다.그는 『수첩을 가지고 다니느냐』고 꼭 물어보고 대답이 『예』이면 십중팔구는 합격점을 준다. 때때로 중역회의 도중에도 그는 임원들이 수첩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金회장의 메모에 대한 고집은 이처럼 유별난데 이는 아버지 金회장으로부터 배운 습관이다.
『아버지는 메모지로 꼭 담뱃갑 뒷면을 이용했습니다.다음날 일정을 여기에 적어 출근때 빠뜨리지 않도록 구두 속에 넣어두곤 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심지어 은행과 거래할 때 영수증으로도 활용할 정도였습니다.』 기념관에는 아버지 金회장이 사용하다 남긴 80년대초「청자」담뱃갑 종이도 보관돼 있다.
金회장은 대기업 총수답지 않게 큼직한 구형 무선 호출기「삐삐」를 허리춤에 차고 다닌다.웬만한 사내 보고는 삐삐로 대신한다. 건설공사를 따내면 입찰 장소에 나간 직원이 그의 호출기에 암호「1234」를 입력하고 공사 낙찰 금액이 5백67억원이면「567」도 추가한다.실패할 경우의 암호는「4321」이다.
金회장은 명함을 양복 겉주머니.지갑.수첩 등 세곳에 넣고 다닌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기획실에 근무할 때 아버지와 함께모 은행장에게 인사를 가게됐습니다.인사를 하고 명함을 교환하려는데 명함이 없지 뭡니까.회사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어찌나 혼이 났던지.「사회생활을 하면서 명함을 빠뜨리고 다니다니 나사가빠진 사람이 아니냐.실망했다」는 꾸지람이 아직도 귀에 생생합니다.』 金회장은 서로 인사를 나눌 때『죄송합니다.명함이 떨어졌습니다』하는 사람은 50% 정도 점수를 깎고 본다고 한다.
金회장은 부실 공사에 따른 민원이 끊이지않는 건설업계의 현실속에서도 지금까지 아파트 입주자들로부터 20여차례나 감사패를 받았다. 아파트 입주 시작 1주일 전에는 임직원들과 함께 가구마다 대청소를 한다.
이 청소에서 金회장도 예외일 순 없다.직접 한 가구를 맡아 붙박이장.장식장.장판지.타일.유리창.등기구의 갓 등에 켜켜이 쌓인 먼지를 제거하고 광을 낸다.이어 장식장.세면대.싱크대.현관문 등에 「입주를 환영한다」는 내용과 자신의 이 름을 적어두고 기본 집기는 물론 장판까지 비닐로 포장해놓고 나온다.
『몇만원짜리 오디오를 팔 때도 성능과 디자인,그리고 포장까지온갖 정성을 다하는데 하물며 서민의 전재산이라 할 수 있는 1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지어 파는데 청소는 당연한 것 아닙니까.
』 金회장은 이 대청소에 자신의 부인은 물론 8명이나 되는 누이들도 모두 동원한다.아파트를 새로 지으면 반드시 이들을 먼저현장에 보내 주부의 눈으로 불편한 점을 살펴보게 한다.
그는 회사경영을 맡으면서 집을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옮겼다.
그의 아파트는「주택 실험실」을 방불케한다.새로운 주방제품.집기등을 써보고 다음번 모델하우스 건축에 반영한다.입주자들에게는 중도금 통지서와 공사 진척사진도 함께 보낸다.
1남8녀중 넷째인 金회장의 형제중 韓信에 몸담고 있는 형제는없다.친.인척이 회사일에 관여하면 조직이 느슨해지고 발전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다만 첫째 매형이 계열사인 뉴코아회장,셋째 매형이 자재납품과 하청으로 연관을 맺고있다.金회장은 10년전 부친의 친구 딸인 安京蘭씨(35)와 결혼,1남2녀를 두고있다.
그는 기업주라면 사업상 하게 마련인 술.담배는 물론 골프도 치지 않는다.
그래서 건설업계 수주 관행인 연고권 다툼이 있으면 술 자리에서 상대회사를 설득하기보다 「가위,바위,보」로 결정하곤 한다.
『골프나 술에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기업을 제대로 꾸려 나갈능력이 나에겐 없습니다.』 金회장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 내리는평가다. 〈都成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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