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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서석재/당정 핵심 「상도동시대」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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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가신들 전면배치 친정 강화의지/비민주계·야당선 「집안정치」 우려
이번 당정개편에서 상도동 가신출신들이 핵심요직에 대거 포진함으로써 바야흐로 「상도시대」가 만개했다. 특히 동해 보선 부정관련 대법원 유죄확정 판결로 공민권 제한을 받아오던 김영삼대통령의 또 다른 핵심측근 서석재 전 의원이 성탄절 특사로 복권돼 가신진용은 더욱 보강이 됐다.
○…새로 출범한 이회창 내각에는 상도동 인맥의 맏형격인 최형우 내무장관을 비롯해 김우석 건설·서청원 정무1장관 등 3인이 포진해 있다. 특히 최 내무장관은 「좌 동영 우 형우」로 불릴 만큼 고 김동영 정무1장관과 함께 김 대통령의 오랜 핵심측근중의 하나다. 서 정무1·김 건설장관도 김 대통령이 과거 야당 총재시절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지근 거리에서 그를 보좌해왔다.
민자당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문정수의원은 상도동 가신 1기 출신이다. 그는 대학 졸업후 곧바로 정치판에 뛰어들어 김 대통령의 과거 지역구(부산서) 일을 돕다 상도동 가신그룹에 합류했다.
○정책일관성 기대
청와대에는 공보처차관에서 자리를 옮긴 이원종 정무수석과 유임된 홍인길 총무수석 등 2명의 가신출신들이 버티고 있다. 이 정무수석은 지금까지 20여년간 상도동의 언론 창구역할을 해왔고 홍 수석 역시 오랜기간 궂은 「안살림」을 도맡아온 김 대통령의 측근 인물이다. 따라서 당정의 핵심요직을 이들 상도동 출신들이 완전 장악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김 대통령이 이처럼 측근 인물들을 청와대와 내각·당의 요직에 전진 배치시킨 것은 무엇보다 친정체제 강화 의미가 담겨있다. 이는 곧 김 대통령이 직접 당정을 장악해 쌀시장 개방·정치개혁 등 나라 안팎의 난제들을 풀어 나가겠다는 의지의 반영이기도 하다.
이같은 측근 인물들의 중용은 나름대로 긍정적 요소를 갖고 있다. 당정간 호흡이 잘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추진 과정에서 호흡 불일치로 인한 혼선도 없을 것임이 분명하다. 아울러 이들은 김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지시를 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대통령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정치행로로 볼때 국제화·개방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적합한 지식과 경륜을 가진 인물이냐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야당시절과 같은 패거리 정치행태의 재연 조짐이라는 비판이 그것이다.
또한 편향된 시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들에게 김 대통령에 대한 많은 직언을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조직·친화력 우수
○…김 대통령이 가장 애잔하게 여기는 서석재 전 의원이 23일 마침내 복권됨에 따라 「상도동 정치」는 더욱 만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씨 특유의 조직력과 친화력이 민주계내에서뿐 아니라 앞으로 김 대통령 세력을 확산해 나가는데 차츰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내년 2월 일본에서 귀국할 예정인 서씨는 향후 자신의 거취와 행보에 대해 아직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그의 비서진은 공식적으로는 『서 전 의원이 국내에서도 공부를 계속할 것이며 항간의 소문대로 정부투자기관이나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가 한가하게 공부만 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 이는 거의 없다. 민주계 소장의원들은 서 전 의원이 우선 민주계 화합과 결속을 한층 공고히 하는 거중조정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가 없는 동안 한식구끼리 서로 시샘하고 견제하는 분열양상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형우 내무­박관용 대통령비서실장,최 내무­김덕룡 정무1장관,박 비서실장­김 전 장관 사이에서 그가 친화력을 발휘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와함께 민주계는 그가 지난해 대선때 김 대통령의 외곽조직(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을 이끌었던 실력으로 제도정치권 밖에서 「친위세력」을 확장하는데 다시 역량을 과시해주길 원하고 있다.
○야권선 강력 비판
그렇지만 서 전 의원의 재등장은 새로운 갈등요인이 될 수도 있다. 민주계 선두주자들간에 경쟁을 한층 촉발시키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력이 뛰어난 그에게 집중 견제의 그물이 쳐질지 모른다. 그럴 경우 그가 과연 민주계 소장의원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벌써부터 야권에서는 이번 성탄사면이 그를 위한 행사였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으로 보아 김 대통령이 그를 당장 요직에 앉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김기봉·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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