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가속도 붙일 「강성내각」/「12·21 개각」에 담긴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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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단체장 선거대비… 친정체제 강화/국제화 앞세우며 전문성도 비중
12·21 개각으로 김영삼대통령의 집권 2기를 짊어질 이회창내각이 새롭게 출발하게 됐다.
이번 개각은 24개 부처중 14개 부처 장관이 갈려 거의 전면 개편이나 다름없고 경제·통일부총리가 모두 바뀌는 등 내각이 면모가 일신됐다.
○강직·소신파 많아
이로써 새정부 출범후 최대의 시련을 안겨줬던 쌀시장 개방문제에 대한 문책을 겸해 김 대통령은 국정을 새로운 방향으로 끌어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시했다. 특히 새 내각은 이 총리를 비롯,정재석 경제부총리·최형우 내무장관 등이 한결같이 강직·소신파로 불릴 정도로 강한 성격과 개혁지향 인물들이어서 앞으로도 개혁작업은 지속적으로 추진될게 거의 틀림없다. 이들의 면모를 본다면 「강성내각」으로 오히려 개혁속도가 금년보다 더 빨라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또 새 내각에 김 대통령의 핵심측근이 대거 등장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김 대통령은 측근 또는 오래전부터 가까이 지내온 각계 인사들을 전면에 포진함으로써 친정체제를 확고히 구축했다.
김 대통령이 이처럼 확고한 친정체제를 구축하게 된 배경엔 대통령으로서 진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내년 뿐이라는 상황인식의 결과인듯 싶다. 내년은 김 대통령의 남은 임기중 유일하게 선거가 없는 해다. 김 대통령으로선 내년을 비교적 부담없이 자신의 구상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길 것이며,따라서 일사불란한 체제구축이 필요했다고 보인다.
특히 최 내무기용은 95년 지자단체장 선거대비 포석 및 복지부동의 공무원사회에 일대 활력을 기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오랜 오른팔 최 내무를 비롯해 당시절 비서실장이 2명(김우석 건설·서청원 정무1),청와대 행정수석비서관을 지낸 김양배 농림수산 등 측근·직계만 4명이 새로 입각했다. 이병태 국방은 김 대통령의 경남고 후배로 군개혁에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김숙희 교육은 민주화투쟁 시절부터 의기투합해온 사이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화에 대응할 수 있는 내각 구성에도 고민한 흔적이 있다. 정 부총리의 경우 행정능력·경제식견에다 국제적 안목도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전 경제각료에 대한 비판속에서도 국제통으로 꼽히는 홍재형 재무·김철수 상공자원장관을 유임시켰고 외국에서 수학하거나 활동한바 있는 박윤흔 환경처·서상목 보사·오명 교통장관 등의 기용으로 볼 때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청와대측도 개각 배경설명에서 『개방화·국제화 시대에 효과적으로 부응하기 위한 체제구축에도 주안점을 두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계파 안배도 고려
현역의원 출신으로 김덕룡 정무1·이인제 노동장관 2명이 빠진 대신 최 내무·서청원 정무1·서상목 보사 등 3명이 입각,이민섭 문화체육과 함께 4명으로 늘었다. 이들 이외에도 남재희·김우석 전 의원이 임명됨으로써 내각에 당출신 인사가 늘어났다. 이는 앞으로 당정의 유기적 협조로 김 대통령이 누누이 강조해온 정치개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남 노동·서 보사 및 유임한 이 문화체육은 모두 민자당 대통령후보 경선때 YS쪽에 줄을 섰던 민정계(신민주계)들이어서 계파 안배에 의한 화합측면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쌀문제 인책 및 경제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경식부총리 및 허신행 농림수산의 경질은 일찍부터 점쳐온대로며,한완상 통일부총리와 이인제 노동·황산성 환경처장관은 진보적 성향이나 돌출언행 등 그동안의 잡음이 고려된듯하다. 진보노선으로 지목을 받던 한 부총리와 이 노동의 퇴진으로 안보나 노동문제에서 보수 회귀경향을 보일 것 같다.
이해구 내무·오병문 교육은 조직장악력 부족,송정숙 보사는 한­약 분쟁 책임과 장악력 부족이,고병우 건설은 1급인사 물의가 각각 경질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인화가 최대과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대통령의 측근중 측근 김덕룡 정무1장관의 경질이다. 앞으로 단행될 민자당 당직개편이 남아있어 아직은 그의 경질이 갖는 의미를 속단하기는 어려우나 사조직 잡음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번 개각은 전체모양으로 볼때 당초 개각의 필요성이라는 욕구에 부응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관료조직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강한 성격의 내각 구성원들이 어떻게 협조하면서 개혁과 개방·국제화의 과제를 수행할지 지켜볼 대목이다.<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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