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일본 고용제도-국제화 맞춰 연봉제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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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 산업계에서 작년에 대대적으로 유행했던 年俸制.연공서열을기본으로 하는 일본기업이 그 원칙을 깨고 국제화로 나서고 있는대표적인 움직임 중의 하나가 연봉제 도입이다.
올해는 작년의 유행이 첫 평가되는 해로 기록될 것이다.아직은일본식 경영에 적절히 적용치않으면 실패할 것이라는 반대론도 만만치않게 버티고 있지만 지난3월 일본생산성본부의 조사에서 70%의 기업이 연봉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봐서 연봉제에 대한 평가가 일단 긍정적으로 내려지고 있는 모습이다.경제단체들이 올들어 한결같이 유연한 고용제도를 외치면서 연봉제도입을 두둔해왔는가 하면 노동성도 6월에 일본형 고용제도개선을 위한 연구회를 발족,연봉제도 입등의 중장기비전을 만들고있다. 일본기업들 가운데 연봉제로서 가장 선도적인 사례를 갖고있는 곳이 소니社다.89년에 도입한「年俸프로사원제」가 그것이다.「실력에 의한 평가로 수입을 올리고 싶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는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현재 대상은 중도채용기술자를 중심으로 수십명.작년9월부터는 정규사원에도 절반을 실시하고 있다.
프로선수 같이 매년 협상을 통해 결정된 연봉을 16등분하여 이중 12개분을 매달 지급받고 나머지는 연2회의 보너스형태로 받는다.지금까지 연봉이 깎인 경우는 없고 오히려 30% 가까이씩 크게 올랐다.
연봉제도입에 가장 큰 기폭제가 된 곳은 뭐라해도 자동차업계의혼다(本田)技硏.작년6월에 관련회사를 포함한 과장급이상의 관리직 4천5백명(전사원의 약15%)에 연봉제를 실시했다.그 이유를 가와모토 노부히코(川本信彦)사장은『비즈니스의 파이가 커지지않는다면 일을 더 잘하는 사람에게 보다 많이 주어야 하지않겠느냐』며 설명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연봉제 도입전에는 타회사와 같이 공적이 급여에 반영되지않고 연령이 높은 과장이 젊은 부장보다 급여가 높은 경우가 있었다.연봉제도입 1년째라 이행기로서 별다른 변화는 없었지만 올해부터 평가제가 도입돼 내년 부턴 본격 시행한다는 것이다.
먼저 올해는 현재의 급여를 기초로 기본연봉을 테이블로 만들어가장 가까운 곳에 맞춰 주지만 다음해부터는 달라진다.즉,이 테이블은 가로에 과장으로부터 부장.참사까지의 등급을,세로에 세분화된 직무평가항목을 두고 있는데 개인의 평가는 매년 세운 목표와 달성도에 의해 단계가 결정,연봉이 변하도록하고 있다.혼다연봉제의 특징은 과거의 성과를 일체 평가대상으로 하지않고 새출발한다는 것이어서 고참들에게는 불만일 수 있다.
비슷한 형태로 동경가스,후지쓰,한큐(阪急)전철,日本電裝,닛코(日興)증권등 많은 기업들이 뒤를 잇고있다.중소기업들이 주류를이루는 지방자치체의 기업들 가운데 인재확보와 경영혁신을 위해 연봉제를 채택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이를「프로야구型 연봉제의 시대」라고 정의를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연봉제의 본격도입과 정착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우선 노동내용의 다양화에 일률적인 급여체계로는 대응할 수 없을 뿐아니라 국제화라는 측면에서 능력급제도가 바람직하며,일할 기분을 만들어주고 시간관리가 힘든 화이 트칼러의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이 있는가하면,반대로 임금삭감을 노리는 것이다,年收가 줄어든 관리직의 의욕저하가 우려된다는 등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무튼 연봉제가 일본식 임금체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으며 일본기업들 사이에서도 피할 수 없는 길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東京=郭在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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