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가수.윤이상 음반 나온다-정치적 이유 벗어나 빛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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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재독 음악가인 윤이상씨는 동양인 작곡가로는 보기 드물게 세계의 음악팬들로부터 명성을 얻어왔다.
서구의 비평가들은 그를『동양적 정서를 서양음악의 어법으로 완벽하게 표현한 최초의 작곡가』로 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의 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모습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동베를린 사건」과 관련된「정치적 인물」이란 꺼림칙한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젊은 세대에선 그에 대해『광주여 영원하라』를 작곡했고 조국의 통일을 위해 애쓴「의식있는 예술가」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의 정치적 발언이나 행동이 어떠하든간에 그가 음악가로 세계적인 수준의 작품을 발표해온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윤이상씨의 작품을 수록한 음반은 이미 이엠아이(EMI).카메라타.아카디아등 세계유수의 레이블에 의해 60종이 넘게 출반됐다. 또 볼프강 자발리쉬.엘리아후 인발.로린 마젤등 정상급 지휘자들이 그의 곡을 연주한 바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뒤늦게 발매된 그의 음반은 음악가로서의 윤이상씨를 국내팬들이 정당하게 평가하기 위한 첫걸음이라 할 만하다. 이번에 서울음반에서 발매되는 앨범은 미국의 아카디아사가 제작한 것으로 1백30여편이 넘는 윤씨의 작품중 정치성이나 사상성이 별로 없는「순수음악적」인 작품『팡파르와 메모리아』(79년작)와『플루트 독주를 위한 연습곡』『디스탄첸』(88 년작)등 3곡을 담고 있다.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머니,하인츠 홀리거가 지휘하는 샤론 앙상블등 일류급 연주자가 참여하고 있는 것도 앨범의 격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신나라 레코드가 내놓은『유성기로 듣는 북으로 간 가수들』은 CD 4장에 20,30년대의 인기가수중 해방과 6.25를 전후해 납.월북한 가수들의 대표곡 60곡을 담고 있다.
『선창』『연락선은 떠났다』등을 불러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김해송,『한많은 신세』『명사십리』의 채규엽을 비롯,선우일선.강홍식등 모두 9명의 노래를 담았다.
월북가수들의 노래라는 이유만으로 그동안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던 이 노래들은 일제하의 암울한 시절 민중들의 시름을 달래주던곡들이다.
이 음반의 발매는 우리 가요사의 잃어버린 한 부분을 복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林載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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