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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씨 월간중앙 신년호 기고문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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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金大中 前民主黨대표가『月刊中央』94년 1월호에 기고한 논문을통해『21세기 초반의 유럽 공동체(EC).北美자유무역협정(NAFTA).아시아-태평양 지역의 3極구조를 거쳐 곧 亞太 단독시대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글로벌 데모크 라시」를 주창해 눈길을 끌고 있다.그는『20세기를 총괄해 볼때 전세계인에게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前소련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또 그는『인류의 보편적 이념으로,또 세계 공통의 제도로 실현된 민주주의를 승화 발전 시켜야 할 책임이 아시아에지워져 있다』면서 『유교의 仁과 불교의 慈悲정신이 21세기 민주주의의 새로운 활력이 될것』으로 내다봤다.
金前대표는『月刊中央』의 기고 요청을 수락,불과 24시간만에 장장 2백장에 달하는「20세기 회고와 21세기의 전망」이라는 기고문을 탈고했는데,자신의 역사관과 철학을 담고 있다.
[편집자註] 91년 소련 공산주의의 붕괴,93년1월부터 시작된 유럽통합,그리고 93년12월의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 타결로 20세기는 이미 종언을 고했다.이제 나머지 6년동안 우리는 20세기의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21세기를대비해야 한다.
20세기는 많은 문제점을 21세기로 떠넘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시장경제.민족주의.인권등을 크게 확대하고 신장시킨세기였다.
지난 한 세기동안 민주주의는 역사상 최초로 인류의 보편적 이념으로,또 세계 공통의 제도로 실현되었다.생산력은 전인류의 기본생활과 문화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하지만 빈부격차.남북문제.환경파괴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민족주의는 제국주의와 민족해방주의의 양면성을 띠고 있다.근세이래 19세기말까지는 제국주의 시대였다.그러나 20세기에 식민지들이 독립을 쟁취함으로써 종말을 고했다.
그러나 제국주의.국가이기주의.민족해방운동.회교와 이슬람의 원리주의등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는 민족문제는 급속한 세계화의 양상에도 불구하고 21세기에도 큰 과제로 남을 것이다.
20세기는 인권의 신장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진전을 보였던 세기다.식민지의 해방,여성의 참정권 획득,인종 차별의 둔화,게급차별의 완화등으로 괄목할만큼 人權은 개선되었다.새로운 노동자.
농민.여성.어린이.청소년.신체장애자들은 희생을 강 요당하고 있다. 20세기를 총괄해 볼때 전세계인에게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前소련대통령이다.그는 냉전을 종식시킴으로써 인류를 핵전쟁의 공포로부터 해방시켰고,민주주의를 소련과동유럽에 확대시켰으며,페레스트로이카로 시장경제가 확 대되는 길을 열었고,독일 통일에 협조함으로써 유럽의 지도와 역학관계를 바꿔놓았다.
정보사회가 주도하는 21세기는 모든 분야에서 세계화 추세가 보편화된다.정보통신에 의해 모든 것이 처리 가능한 21세기엔 환경오염.교통난등에 시달리는 도시의 이점이 거의 사라질 것이다.따라서 도시로부터 대량 탈출해 전원도시를 선호하 는 경향이 크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는 국가.민족.기업.학교등 대중적 조직을 중심으로 한민주주의로부터 각 개인의 인권.복리가 중요시되는 민주주의로 이행하게 된다.20세기 집단중심의 민주주의가 대량생산 체제의 산물이었다면 21세기의 개인중심 민주주의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를 반영한다.
경제는 단일화된 자유시장경제 속에서 국경과 민족을 초월해 전면적인 경쟁을 벌이게 됨으로써 세계 최고만 살아남고 2등상품은도태된다.경영과 생산.유통은 정보매체를 통해 이루어진다.또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됨으로써 수명 또는 수십명 의 단위기업이보편화된다.
생산시설의 자동화와 로봇의 대량 도입으로 인력 수요가 격감할것이다.20세기 노사관계는 적대적 대립관계였으나 21세기엔 서로 협력해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모두 살길이 없어진다. 사회적으로는 사회의 인간화가 가장 큰 실현의 대상이 될 것이다.보수적인 윤리규범이 자리잡고 대중문화는 고급문화로 이행되어 간다.합리주의.경험주의 사고는 퇴조하고 감성과 이미지가 지배한다.종교의 영향력은 커지고 교육은 개성과 전문성 을 지향한다. 여성이 모든 분야에 진출,활동함으로써 남성과 동등한 지위.권익을 확보하게 된다.이것은 오랜 세기동안 계속되어온 가족단위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노동자수가 격감하고 지식인 중심의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보수적 윤리규범이 새로 자리잡을가능성도 있다.
***세계총생산 半차지 21세기 초기의 EC.NAFTA.아시아-태평양 지역의 3極구조로부터 멀지않아 아시아-태평양 단독시대가 올 것이다.활력을 상실한 西歐사회,세계인구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구,한자 문화권의 창의성,세계 경제에 서 차지하는 비중등을 생각해볼 때 EC.NAFTA등이 亞太지역을 당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亞太지역이 세계경제를 지배할 조짐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亞太지역은 전세계 국내총생산의 50%를 점유하고 있으며 세계 교역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亞太지역의 경제적 비중이 커지면서 인류의 과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 또한 아시아가 떠안게 된다. 늦어도 2025년까지 아시아의 모든 지역에 민주주의가 정착될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西歐가 발견한 것은 민주주의제도와 기구이지 철학과 원리가 아니다.민주주의 철학과 원리는 아시아에 있었다.이미 2천3백년전 孟子가 말한 易 姓革命은 민주주의 사상이다.
부처님은 태어나실 때 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고 했는데 이는 모든사람이 자기의 절대적 인권을 가지고 있음을 선언한 것이다.또 만물에 부처님이 깃들여 있다고 해 함부로 살생하지 못하도록 했다. 민주주의는 새로운 활력과 충전이 필요하다.그것은 아시아에서 구해야 한다.프로테스탄티즘이 미국 민주주의의 견인차 역할을했듯이 유교의 仁과 불교의 慈悲정신이 민주주의에 새로운 활력을제공할 것이다.
나는 자유와 번영과 정의가 한 나라 안의 모든 계층과 세대에,그리고 모든 민족과 국가에 실현되는「코스모폴리턴 데모크라시」,지구상 모든 생물의 생존이 보장되고 자연이 보존되는「글로벌 데모크라시」로 확장되는 新인도주의를 주창한다.
인류의 목표는 크게 두가지다.하나는 전인류가 차별없이 모두 완전한 평화와 행복을 누리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내는 일,그리고 지구를 그 옛날 아름답고 깨끗한 상태의 온전한 모습으로 되돌리는 일이다.이것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민주주의가 아시아적 전통에 바탕한「글로벌 데모크라시」차원으로 한단계 높이 승화될 때만 가능하다.
***차별없는 平和긴요 21세기에도 우리 민족에 대한 도전은20세기의 그것에 못지않을 것이다.우리는 효과적으로 응전해 통일된 한국을 선진국가에의 대열에 세워야 한다.이를 바탕으로 해亞太시대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미국.일본.중국.러시아 4대국과외교. 경제.안보 협력을 성공시켜야 한다.하지만 그들의 오만이나 간섭을 엄중히 경계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新인도주의에 입각한 세계와 지구 전체에 걸친비전과 통찰력을 갖고 21세기의 진로를 밝히는 선구적 민족으로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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