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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표 후작업/농업지원대책 진통 예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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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농지은행·경지정리등 계획 장황/기획원 “재원마련 어림없다” 난색
정부가 15일 내놓은 농업경쟁력 강화대책을 놓고 관계부처 사이에 논란이 분분하다. 농민 정서를 어루만지기 위해 재정의 뒷받침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채 서둘러 발표한 때문이다.
농림수산부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로 실의에 빠진 농민들을 위해 적절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경제기획원은 『뜻이야 좋지만 재원마련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대책은 관계부처 장관들의 조율을 거친 것이기는 하나 시간이 촉박했던 관계로 실무자들의 협의를 거치지않은 이른바 「선발표,후구체화작업」의 형식을 택했다.
정부가 밝힌 농엽경쟁력 강화방안은 농업 지원대책과 이에 필요한 재원 확보대책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을 구체화하는데는 상당한 아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농지은행의 경우 정부는 내년도 설립을 목표로 연초 임시국회에서 현행 농어촌진흥공사법 및 농지관리기금법을 고칠 계획이다.
농진공이 맡아하던 농지매매 및 임대차업무를 이 은행이 전담하고 필요한 자금은 농지관리기금(운용규모 6천6백20억원,93년 기준)을 활용하되 이를 점차 늘려나가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조직만 바꾼다고 이제까지 부진했던 사업이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농진공이 추진중인 농지매매사업에는 지난 90년 10월부터 지금까지 모두 5만7천9백75명이 2만5천8백37㏊의 농지(1조2천6백억원 상당)를 팔려고 신청했으나 예산부족으로 실제 사들인 농지는 4만4천2백22명의 1만9천1백50㏊(9천64억원 상당)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대선에서 「농기계를 반값으로 공급하겠다」고 한 김영삼대통령의 선거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올해 확정된 예산에서 3천2백93억원(국고에서 50%,지방비에서 50%를 충당)을 짜 내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또 경지정리사업의 경우 대상농지 1백만㏊ 가운데 64.3%인 64만3천㏊가 끝났고 나머지 35만7천㏊를 98년까지 우선적으로 끝낼 계획이다.
그러나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3조원에 달하고 있으며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10만㏊의 경지재정리사업(기계화를 위해 이미 경지정리가 된 농지를 좀 더 크게 다시 정리사업을 하는 것)을 감안하면 소요재원은 무려 1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농업지원대책이 성공하느냐,실패하느냐는 필요한 재원을 얼마나 충분히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목적세인 「농촌부흥세」 도입이나 국공채 발행으로는 현재 여건상 6조원을 확보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목적세를 외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무차별적으로 부과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수입농산물에 대한 간접세 부과로는 재원확보가 어려우며 직접세 부과는 자칫 국민들의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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