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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는 「정부규제」 해제부터(경제 본격개방시대: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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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관의 군림하는 행태 과감히 추방/행정관료 「세일즈맨화」 서둘러야
최근의 한 연구보고서는 우리 정부의 국제경쟁력이 크게 뒤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스위스에 있는 세계경제포럼(WEF)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은 올해를 기준해 15개 개발도상국의 경쟁력을 비교평가했다.
그 결과 우리 정부의 경쟁력은 멕시코·칠레 등에도 뒤지는 하위권(9위)으로 분류됐다.
○금융경쟁력 10위
또 정부정책의 투명성은 10점 만점에 싱가포르가 7.5,홍콩·대만이 5.5점이었으나 우리나라는 3.8점으로 뒤졌다.
정부정책의 효율성도 싱가포르·홍콩·대만은 6∼9점인 반면 한국은 4.2점에 그쳤다.
나라전체의 국제화 수준에서 한국은 동남아 꼴지,15개 개도국중 11위의 뒤진 성적을 냈다.
금융부문 역시 경쟁력 순위 10위였다. 사회간접자본의 경쟁력도 7위로 나타났다.
7개 부문중 우리의 경쟁력이 쓸만한 것은 과학기술(3위)과 인력수준(4위)이었는데 이는 기업의 연구개발투자·학부모의 교육열,즉 민간부문의 기여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에 따른 국제적 무한경쟁시대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 서비스의 국제화·선진화가 우선 과제다.
우리 정부의 문제는 30여년간 계속돼온 권위주의정권 아래서 관료들이 각종 규제를 틀어잡고 민간위에 군림해온 관행에 쏠려 있다.
공무원들은 규제에서 생기는 권한을 부조리의 통로로 삼았다.
공무원이 규정대로 하면 아무 사업도 할 수 없을 정도인 규정·제도의 비현실성도 여기에 가세했다.
나라의 모든 권력은 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원칙이 무시됐던 지난 시절의 행정 문화는 이제 정부는 국민에게 서비스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제자리도 돌려져야 한다.
최근 기업들은 고객만족(CS)을 경영의 주요과제로 삼아 소비자서비스 강화에 몰두하고 있는데 정부조직이 배워야 할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고객이 왕」임을 우리 정부조직도 깨닫지 않으면 냉엄한 경제개방시대를 헤쳐나갈 수 없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승용차 열쇠를 차안에 둔채 차문이 닫혔을 경우 경찰에 연락하면 군말없이 달려와 문을 열어주고 간다.
일본의 산업경쟁력 또한 통산성 사무관들이 자기가 맡은 업종을 어떻게 하면 밀어줄 수 있을지 연일 궁리하다 민간과 호흡을 맞추는 시책을 개발해내곤 한데서 비롯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관료조직이 고객마인드를 갖춘 다음에 해야 할 것은 시각과 행정수단의 국제화다.
한 나라 중심의 경제운용 발상으로는 더이상 경제를 끌어가지 못하므로 기업 등 각 경제주체의 국제화를 제약하는 규제들을 풀어야 한다.
○고객마인드 급해
이번에 쇠고기시장 개방파도를 맞게 된 축산단체들이 『우리 축산업계는 규제로 묶어놓고 어떻게 선진축산기업과 경쟁하라고 하느냐』는 원성을 터뜨린 것이 바로 그같은 예다.
이제 무한국제경쟁시대를 맞아 정부규제는 최소한 경쟁국 수준으로 완화되어야 한다. 정부는 자금조달·공장입지·인력충원·사회간접자본 등에서 우리 기업이 경쟁국과 달리 규제받고 있는 대목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 이같은 생산요소가 국제수준에서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
전경련의 경우 특히 국내 자본시장에서의 자금조달 제약,해외자본시장 접근에 대한 심각한 제한,외환관리 규제,은행의 상업성이 무시되는 은행에 대한 정부의 개입 등이 쇄신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 제조업의 금융비용이 일본·대만보다 3∼4배 높고 공장 땅값도 몇배 비싸게 된 족쇄를 풀어주어야 한다는 바람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정진호 연구위원은 『상품과 자본의 국가간 이동뿐 아니라 사람과 기업의 국제적 활동도 자유스럽지 않고서는 국제화의 이득을 누릴 수 없다』고 강조한다.
○기구개편 바람직
그는 『따라서 외국기업이라고 해 국내에서 차별을 받게 하는 제도 역시 정부가 나서서 고쳐야 하며 경쟁력있는 외국의 비즈니스 자원을 국내에 끌어들이는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정부의 행정서비스도 국제경쟁을 해야 한다. 정부는 어느 경쟁국보다 좋은 기업경영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행정관료들은 세계적 기업유치를 통해 우리의 기술력을 높일 수 있도록 세일즈맨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정부 스스로 기구개편 등을 통해 품질을 높이고 「국제규격품」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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