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K2TV 드라마게임 12월12일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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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2일 밤 방영된 KBS-2TV『드라마게임-12월12일생』은페미니즘 심리드라마란 새로운 형식의 시도가 관심을 모았다.
여성문제를 주제로 하고 심리극의 방식을 취한 드라마,페미니즘심리극은 심리묘사를 통해 여성의 문제를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로재해석해 전달하는 방식.그래서 작품의 성패는 주인공이 처한 극중 상황과 드러내보이는 심리적 반응의 연관성에 대한 설득력 있는 묘사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월12일생』은 이런 점에서 심리극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드라마 치료요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前TBC탤런트 홍유진이 극중 윤박사로 직접 출연,기억상실증 치료과정을 보여주지만 단순히볼거리에 그친감이 없지 않았다.
치료를 받는 미영의 심리상태는 손을 만지작거리는 반복된 화면을 통해「막연한 불안」으로 보여졌을 뿐이다.즉 심리적 반응 묘사도 엉성할뿐 아니라 거기에서 어떤 메시지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12월12일생』은 또 페미니즘 드라마로서도 지나치게 감상적이었다.줄거리를 보자.
폭력남편의 학대를 참다못한 미영(박순애)은 자살하려고 거리에나왔다 차에 치여 기억상실증에 걸린다.자신을 친 태훈(송영창)의 집에 기거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지만 기억을 찾지 못한다.그러다가 태훈의 아들 생일이 12월12일이라는 말 을 듣게 된다. 그 이후 그녀는 꿈속에서 울고 있는 어린아이와 12라는 숫자를 보게 된다.12월12일생인 그녀의 딸이다.결국 자신의 집앞으로 간 미영은 딸아이를 만남과 동시에 기억을 회복하면서 딸을 데리고 도망친다.
이 드라마에서는 미영이 남편의 험악한 폭력을 감당하며 살아야하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았다.단순히 아이 때문이라면 시대감각에맞지 않는 상황설정이었다.또 미영의 의식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에대한 묘사도 크게 부족했다.
과장된 여성의 처지와 홀로서기라는 예정된 메시지의 조급한 전달.50분짜리 단막극에 무리하게 실험한 페미니즘 심리드라마의 모습이었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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