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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시신 서울대에 실험용 기증밝힌 소설가 양병옥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간암으로 死境을 헤매고 있는 소설가 梁秉鈺씨(51.서울방배본동3)가 자신이 죽은후 시신을 서울대 해부학교실에 기증하겠다고밝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농협 방배지점 직원(보일러기술자)이기도 한 그는 오랜기간 지병에 시달려왔는데 지난 4일이후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서울 보라매병원(711호)에 입원중.
담당의사가『이제 살 가망이 없으니 환자가 인생을 정리할 수 있도록 가족들이 도와주는게 좋겠다』고 한 얘기를 아내로부터 전해들은 梁씨는 즉시 병원측에 사후 자신의 시신을 서울대 의과대학생들이 실험용으로 쓸 수 있도록 기증하겠다는 의 사를 전달했다. 가족들은 강경하게 이를 만류했으나 그의 뜻을 꺾지 못해 시신기증서에 동의 도장을 찍어야 했다.
간암의 통증등으로 인해 열흘째 식음을 전폐,뼈만 앙상하게 남은 梁씨는『일생을 가난과 고통,외로움속에 살면서 문학을 통해서나마 뜻을 펴려 했으나 운명은 나의 편이 돼주지 않은 것같다.
아쉽지만 이제 삶을 마감해야 할 것같다.내게 인 간애의 따뜻함을 가르쳐준 사회에 시신이나마 기증,한국의학계 발전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가난의 혹독함을 알았기에 그동안 내 식구들의 생계대책에만 매달려 온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고 했다.현재 부인 高仁淑씨(47)와 1남1녀를 두고 있는 梁씨는 충남공주 출생으로 90년『동양문학』을 통해 소설「賣人公告」로 등단했으며 창 작집으로『신부의 오른손』이 있고 단편소설「1억원의 유산」(월간문학),「邊여인의 恨」(해동문학)등을 발표했다.
〈高惠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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