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공단지 활성화 서둘러야(쌀개방 이겨내자: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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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융·세제등 지원 기업체 적극 유치/이농현상 막고 농외소득 증대 기여
지금까지 정부의 농업정책은 살만한 농촌을 만들겠다는 것이었고 신농정 역시 마찬가지다. 바로 「떠나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신농정의 요체다.
농정의 핵심사안인 이 문제를 풀려면 농민들이 왜 농촌을 떠나야만 했는지에 관해 깊은 반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관계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돈벌이도 안되고 허리만 휘어지는 농사짓는 일외에 농민들에게 새로운 소득원을 제공해 잘사는 농촌을 만들겠다며 시작된 농공단지사업을 보자.
○올해로 출범 10년
84년 10월 7개 시범지구로 출범한 농공단지는 벌써 10년째를 맞고 있지만 저간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현재 농공단지수는 2백61개에 이르고 있다. 농림수산부측은 전국 1백38개의 시·군중 한두개를 제외하고는 1개 이상의 농공단지를 갖고 있다고 내세우기도 한다.
90년의 경우 한햇동안 새로 지정된 농공단지가 48개에 달했으나 그후로는 급격히 줄어 지난해는 7개,올해는 8개에 그친 것도 농공단지가 이제는 웬만큼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같은 농공단지수는 거의 1천7백개에 이르는 일본의 농공단지수와 비교할 때 보잘 것 없기도 하지만 특히 내용을 뜯어보면 부실하기 짝이 없는 것이 수두룩하다.
말이 단지지 영세기업 몇개가 어울려 있는 것이 그중 괜찮게 돌아가는 농공단지 모습이다.
성공사례로 꼽히는 진천 농공단지(충북 진천군)는 고작 9개 업체가 4백57명을 고용하고 있는 정도다.
전국의 농공단지는 모두 26만4천명을 고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나 현재 실제로 일하고 있는 사람수는 28.6%인 7만5천4백73명에 불과하다. 또 이들 7만5천여명 가운데 65%만이 현지 주민이며 나머지 35%는 외지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농공단지 고용인력의 농가소득 기여도는 고작 3∼4%다. 이와함께 농공단지 입주업체(입주예정업체 포함) 가운데 현재 공장을 돌리고 있는 업체는 전체의 52%인 1천7백30개에 불과하다. 8%인 2백69개사는 휴업 또는 폐업했으며 나머지 업체는 표면상 「입주준비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이 인력난,도로·통신 등 기반시설 미비,자금부족 등을 이유로 농공단지 입주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체 분양대상 공단면적중 10.6%인 1백2만평은 아직도 미분양상태로 남아있기도 하다.
농공단지가 이렇게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의지 부족이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 사업을 처음 입안했던 경제기획원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농을 막고 농가소득을 증대시키려면 농촌에도 다양한 일터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농공단지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나 기업들은 기반시설이 취약하고 쓸만한 사람 구하기가 어려운 농촌으로 오려고 하지 않는다. 이때 정부는 농공단지 입주업체들이 볼 손해를 메워주는 일을 해야 한다.』
금융이나 세제지원을 통해 다른 부문에서 보는 손실을 벌충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농공단지가 대도시에서 공장을 돌리는 것보다 이득이라는 점을 보여줘야 하는데 정부가 이점을 등한히 했다는 지적이다. 농공단지에 투입된 예산을 보자. 88년의 경우 국고(재정융자 포함) 지원액은 7백38억원에 이르기도 했다. 그후로는 점차 줄어 올해는 5백43억원이었으며 최근 국회를 통과한 내년 예산은 고작 1백억원이었다.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겠다는 신농정이 확정한 예산이다.
당장 급한 것도 아니고 사업효과가 나타나려면 까마득한 새만금 간척사업 하나에만 내년에 9백억원을 배정한 것과 비교하면 정부의 농외소득 증대정책은 투자를 외면한 구호뿐이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와함께 농공단지 사업에 관련된 부처는 많아도 제대로 거머쥐고 추진한 곳이 없다는 비판도 높다. 농공단지사업은 해당 시·군이 주관하는 것으로 돼있지만 농림수산·상공자원·건설부,환경처를 비롯해 농어촌진흥공사·중소기업관리공단·농수산물유통공사·환경관리공단 등 상전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예산 해마다 줄어
그러나 고쳐야 할 문제점이 드러나면 어느 기관도 나서는 곳이 없다. 농림수산부의 시각은 아직도 제조업 위주의 농공단지사업에 자신들이 꼭 매달려야 하는지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으며 상공자원부는 『농외소득 증대가 정책목표인데』라며 역시 꼬리를 뺀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되지 않은 것도 농공단지 육성과 잘사는 농촌 만들기에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선군수라면 좋은 기업을 자기 군에 유치해 이농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겠느냐는 이야기다.
농진공의 한 관계자는 농촌과 가까운 공단일수록 제대로 안돌아가고 있다고 말해 농공단지 입지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농공단지라고 논밭 한가운데 세울 것이 아니라 농촌인력을 흡수할 수 있는 지역교통 요충지 주변에 조성하면 인력난 등 기업들의 애로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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