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문제.경제실패 문책 확실-북한 김용순.김달현 사퇴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북한 정치.경제분야의 對南 양대인맥인 金容淳 노동당 對南담당비서와 金達玄 부총리겸 국가계획위원장이 문책인사된 것이 확실시돼 향후 북한의 對南정책 변화 여부와 관련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북한권부의 대표적 개방파 테크너크랫으로 알려진 兩金은 작년 12월 나란히 권력의 꽃인 정치국 후보위원에 보선,중임을맡으면서 각광을 받았었다.
특히 金達玄은 2.8비날론연합기업소 책임자로 강등됐다는 說이나돌아 그동안 그에게 경협 의 끈을 대고 있던 우리 기업체들이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정부도 두사람의 강등조치가 최근 부쩍 강화된 對南 비방논조와더불어 대남정책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 아닌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金容淳은 9일 열린 공산주의 미풍선구자대회에서 당비서로만 호칭돼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탈락했고,전체 권력서열도 10위정도 밀린 26위로 확인됐다.
이번 인사는 최근 핵문제를 둘러싼 남북관계에서 이렇다할 실익을 얻지 못한데 따른 문책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정부관계자는『대남비서와 최고인민회의 통일정책위원장을 겸임하고있는 金의 정치국 후보위원 탈락으로 그가 대남비서 자리에서도 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외교 代父 許錟 사망 이후 金永南외교부장과 함께 특히 對자본주위권 국가와의 외교공백을 메워온 그는 90년9월에는 일본자민당 가네마루 신(金丸信)과「朝日관계에 관한 공동성명」을 끌어내는등 對日수교협상의 산파역을 맡았다.
또 92년1월에는 미국을 방문,아널드 켄터 국무부 정무차관과미-북한 첫 고위급회담을 가져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金達玄은 8일 부총리겸 국가계획위원장에서 해임된뒤 9일 공산주의 미풍선구자대회와 최고인민회의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완전문책된 것이 확실시되며 2.8비날론연합기업소 책임자로 전보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 문책인사는 일단 올해 끝나는 제3차 7개년경제계획이 실패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가계획위원장을 맡아 경제계획을 주도해온 만큼 그 결과가 실패했다고 자인한 마당에 책임을 묻지 않을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국가계획위 원장에 기용되기 전까지 대외경제위원장.무역부장.조선국제합영총회사 이사장등 대외개방 관련 요직을 장악했던 무역통이었다.
이같은 그의 경력에다 북한이 8일 무역제일주의를 천명한 것을감안하면 그의 실각은 일시적인 문책이 될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의 실각은 개방파 실세의 퇴조라는 점 외에도 그가 그동안 남북경협의 창구였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1백30개에 달하는 對北경협 참가.희망업체의 상당수가 그와 끈을 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91년11월 文鮮明 통일교교주 일행을,92년1월 金宇中대우그룹회장을 공식초청했고 작년 7월엔 경제대표단을 이끌고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다.
따라서 그의 실각으로 남북경협은 일단 노동당 산하 경협창구인고려민족산업발전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崔正根에게 무게중심이 쏠릴 것으로 보이며 그의 심복들로 알려진 李成大 대외경제위원장,金正宇.鄭松南 대외경제부위원장등의 향후 거취도 관심이다.
〈吳榮煥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