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농업」 육성… 활로 찾아야(쌀개방 이겨내자: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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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과·감귤·닭·돼지등 13종 유망/최대수입국 일시장 공략 필요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의 농림수산물 수입국인 일본을 바로 옆에 두고도 농산물 수출을 변변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농림수산물 수입규모는 5백59억달러나 됐지만 우리나라는 신선도 유지에 유리한 강점을 갖고 있는데도 겨우 17억달러어치를 파는데 그쳤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미국·중국·캐나다·호주·대만 등이 일본에 농산물을 많이 파는 주수출국이고,우리 몫은 일본 농수산물 수입액의 3%에 불가하다. 일본의 농수산물 수입시장에서 9위에 머무른 것이다.
○신선도 유지 강점
게다가 우리나라의 농림수산물은 수출이 줄고 수입은 늘어 무역적자면에서도 큰 짐이 되고 있다.
농림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우리의 농림수산물 수출은 연평균 1.7%씩 감소한 반면 수입은 연평균 22%씩 늘어 올들어서는 농림수산물 무역적자가 10월까지 42억달러나 되고 있다. 「수출농업」을 지향해야 우리 농업과 나라경제가 강해질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는데도 정부나 국민·농민 모두 농수산물도 「수출산업」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거의 갖지 못하고 있다.
영국이 세계 최강국이었을 때 지리적으로 가까운 네덜란드·덴마크가 영국을 상대로 농업수출대국의 기반을 갖췄던 전례는 우리에게 좋은 교과서가 될 수 있다. 캐나다·미국·네덜란드·덴마크 등 농업선진국은 연간 농림수산물 무역흑자가 50억달러에서 2백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은 세계의 농산물 교역장벽을 없애 우리가 농산물 수출을 늘릴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농림수산부 노병환 통상2과장은 『우리가 농림수산물 수출기반을 힘껏 확충하면 일본에만도 연간 50억달러는 수출할 수 있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이렇게만 되면 공산품의 수입으로 생긴 연간 50억달러의 대일 무역적자를 농림수산물이 메워주는 뿌듯한 그림도 그릴 수 있다.
○연간 50억불 가능
농촌경제연구원 한두봉박사도 『우리가 공업화 초기에 공산품 수출에 기울였던 지원과 노력의 절반만 농림수산물에 투입한다면 공격형 수출농업화의 앞날은 밝다』고 말한다.
그는 『UR가 타결되면 곡물을 중심으로 한 국내 농업의 잠식이 불가피하므로 잃는 시장만큼을 농산물 수출확대를 통해 벌어들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꼽고 있는 수출유망 농산물은 사과·배·감귤·감·참다래·버섯·신선채소·화훼·닭·돼지·매실·약용작물·생사 등 13개 품목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 체제는 수출로 가기에는 취약해 「보신」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수출지원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수출용 농산물 수매지원자금이 농산물 수출액의 5%에 불과하고 농산물 수출촉진자금의 금리 등도 공산품에 비해 조건이 안좋은데다 농민이나 생산자단체는 대상도 안된다.
생산도 수출을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에 일본 등의 까다로운 규격·품질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채소류 등의 경우처럼 국내 가격이 좋으면 농가에서 수출물량을 내놓지 않아 거래선과 신뢰관계가 형성되지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령 오이의 경우만해도 일본시장에서는 반듯반듯하고 길이가 같은 규격품만 팔리지 한국식으로 들쭉날쭉해서는 문전박대를 당한다. 국화의 경우도 길이 85㎝ 이상이 1등급인 일본의 규격을 모르고 국내처럼 짤막하게 잘라 수출했다 큰 손해를 본 일도 있다.
한 박사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수출업체와 생산자가 계약재배를 하는 농산물 수출단지를 곳곳에 만들어야 하며 개도국 농산물과 차별화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개발에 정부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제시한다.
그는 또 『소농적인 생산에 의한 농산물을 수집해 수출해야 하는 만큼 수집·저장·포장·수송 등을 위한 기반시설에 정부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농림수산부도 신농정에서 과거보다는 수출농업에 비중을 두고 있으나 UR가 타결되면 더 뚜렷한 대책을 세워야 할 상황이다.
○정부지원 늘릴 때
정부는 97년까지 1천억원의 수출농업진흥자금을 마련하고 과실·화훼·돼지고기 등의 수출단지를 40여곳에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농산물 수출시장개척단을 계속 파견하고 현재 5개인 해외의 한국농수산물 전시장도 확충하면서 일본시장 정보를 농가에 적극 공급할 방침이지만 이것만으론 한계가 있다.
농협중앙회의 윤주현조사역은 『일본이 한국산 농산물에 대해 유난히 까다로운 검역 및 고율관세 장벽을 쌓고 있어 정부의 통상외교 강화도 요청된다』고 말했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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