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산다>5.인제 연화동계곡 지킴이부부 이진수.김혹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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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도시인들은 녹색을 그리워한다.그러나 막상 전원생활을 위해 도시를 떠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경제문제와 더불어 자녀교육문제.
문화생활로부터의 소외감.부실한 의료혜택등이 도시를 떠나려는 발길을 잡는다.도시를 떠나 일찌감치 강원도인제군북면 용대리 연화동계곡에 들어와 1남2녀를 키우며 살고 있는 李晋守(42).金或南(39)씨 부부를 보면 도시인들의 이러한 걱정이 다 부질없는 것처럼 보인다.
연화동계곡은 백담사입구에서 진부령으로 넘어가다 보면 만나는 깊은 계곡이다.경치좋고 물맑고 시원한 공기로 치면 더이상 부러울 곳이 없는 곳이다.
이 계곡엔 살림집이라곤 李씨네 뿐이다.李씨는 이곳에서 土蜂 40통을 키운다.여기에다 봄철엔 산채채취,여름 휴가철엔 민박.
토종닭 분양 등으로 연간 2천여만원의 수입을 올린다.집앞에 있는 1천여평의 밭에는 채소나 잡곡을 심지만 집에서 먹고,남으면이웃에 나눠줄 뿐 내다팔지는 않는다.
슬기(국교4년)와 조은(국교3년),그리고 막내 아들 한울(국교1년)이는 모두 집에서 20여리 떨어진 용대국교에 다닌다.계곡 속에 있는 집에서 국도까지 20여분 걸어나와 버스로 통학한다.李씨는 지프를 가지고 있다.하지만 아이들에게 반드시 걷도록한다.3남매는 모두 자연 속에서 자라 지금까지 병원에 한번 간적이 없을만큼 건강하다.뿐만 아니라 식용버섯.독버섯을 구별해 내고 산채를 채취할만큼 자연을 잘 안다.간혹 서울에서 놀러온 대학생들은 슬기에게서 식물.곤충. 물고기의 이름을 배운다.
李씨가족은 1년에 한번 한 열흘 일정으로 서울 나들이를 한다.아이들은 이때 서울생활을 배운다.서울 나들이 때마다 음료수값이 많이 든다고 한다.아이들이 도저히 수돗물을 먹지 못하기 때문이란다.아이들은 처음엔 호기심에 구경하다가도 며 칠도 안돼 집에 가자고 졸라댄다.
李씨는 78년 이곳에 정착했다.大邱 경북고를 나온 그는 서울과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했다.한때 식용유공장 공장장까지 했고 사업에도 뛰어들었었다.하지만 그는 언제나 전원생활을 꿈꾸며 산을 그리워했다.그러던 차에 부친의 병세가 악화되자 외아들인 그는 도시생활을 청산,이곳에 들어와 부친을 간호하면서 아예 터를잡았다.부친 李普民씨(73)는 현재 완쾌,손자들 운동회때마다 달리기에 나갈만큼 건강하다.李씨내외는 아이들에게 절대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다.시골에까지 학원.과 외열풍이 불고 있지만 읍내에 있는 학원에는 결코 보내지 않는다.그러나 아이들 모두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용대국교는 2백여명이 채 안되는 오지학교다.하지만 조명시설이된 전천후 테니스코트에 과학동산.컴퓨터학습실등을 갖추고 있다.
李씨내외는 저축을 하지 않는다.건강하니까 늙어 기운이 쇠할 때까지 일할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그들은 학교나 마을을 위해서라면 아끼지 않고 기부금을 낸다.李씨는 용대국교 테니스선수들을후원하고 있다.오지마을 작은 학교의 테니스부지만 창단 3년만에도내 상위권의 팀이 됐다.
李씨내외는『아이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려고 하지 말고 생활력을 키워주는 것이 부모의 도리』라고 힘주어 말한다.명문대학을 나와야만 꼭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그들 부부는 올 겨울에는 근처 스키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겨울방학을 보 낼 계획이라며 스키를 꺼내 손질했다.
[麟蹄=李順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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