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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사 현관벽 全 前대통령 휘호 이젠 골칫거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경찰청이 청사1층 현관 로비 벽에 붙어있는 全斗煥前대통령의 초대형 휘호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가로 1.8m,세로 3m가량의 대형 대리석에 새긴 全前대통령의 붓글씨「護國警察」.휘호는 글자 크기가 가로.세로 60㎝에 이르고 글씨 좌측하단에「大統領 全斗煥」이라는 서명과 함께 낙관까지 찍혀있다.
이 휘호는 86년 청사 준공때 姜玟昌 당시 치안본부장이 全前대통령을 찾아가『각하의 친필을 경찰청에 영원히 남기고 싶다』고요청해 받아낸 것.全前대통령이 여러번 쓴 중에서 가장 잘된 글씨를 골라 확대해 대리석에 새긴 것으로 이를 새 겨 벽에 붙이는데 든 비용만도 1천여만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와서 경찰청이「문패」처럼 버티고 있는 휘호 때문에 고민하는 것은 어느 행정관청에도 이같은 경우가 없을 뿐아니라 너무 크고 호화스러워 보는 사람들에게 위압감이나 거부감을 갖게 하기때문이다.
또 5共때의 경찰이 朴鍾哲군 치사사건등 불명예스러운 평가밖에받지못하고 있는 마당에 경찰의 상징인 경찰청사 입구 복판에 있는 이 휘호는 경찰의 아픈 과거만 상기시켜줄 뿐이라는 것이다.
또 金泳三대통령이 청사를 방문했을 경우 현관 로비에 걸려있는이 휘호를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한 점 때문이다.
지난 경찰의 날엔 각계인사를 초청한 리셉션을 열면서 이 휘호가 외부인사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플래카드로 가리기까지 했었다. 반면 일부에선 청사가 없어 경찰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시절에 2백50억원을 들여 지상 15층.지하 3층의 번듯한 현대식 건물을 지어준 분의 휘호인데 시대가 바뀌었다고 떼어내는 것은 너무 매정하지 않느냔 의견도 있다.그러나 문민시 대 새 경찰의 이미지를 위해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여서 휘호의 운명은 얼마 남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鄭載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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