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프랑스 미술관 건축전문가 가에 아우렌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19세기에 지어진 파리시내의 낡은 기차역을 개조해 오르세미술관으로 재단장했던 이탈리아의 미술관건축전문가 가에 아우렌티여사(65)가 호암미술관 초청으로 29일 오후 방한했다.
『여행은 지적인 교류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언제나 매력적입니다.서울은 더욱이 현대와 전통이 함께 숨쉬고 있는 도시로서이번 여행에서 가능한한 자세히 많이 보고 갈 생각입니다.』 아우렌티여사의 방한목적은 국립중앙박물관 이전.신축문제 등으로 우리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미술관건축의 중요성」에 대한 강연과 개축을 예정하고 있는 호암미술관의 자문件.
『처음부터 막연하게 미술관이 지어질수 없습니다.
미술관.박물관은 소장품의 성격에 따라 단 한가지 스타일의 건물이 결정됩니다.그런 점에서 이 세상에는 동일한 미술관 건축은하나도 있을 수 없는 셈이지요.』 루브르미술관과 함께 파리3대미술관으로 꼽히는 오르세미술관과 퐁피두센터 현대미술관이 그녀의손을 거쳐 탄생됐다.
현존하는 세계 10대건축가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아우렌티여사는80년 오르세驛 개축설계공모에 당선되면서 「건축물 속의 건축」이란 새건축장르로 세계의 이목을 한몸에 모은 인물이다.
당시 오르세驛은 1900년에 지어진 낡은 건물로 재개발하지 않으면 주변 일대가 슬럼화할 우려가 있는 파리시의 골칫덩어리였다. 아우렌티여사는 산업혁명시대의 상징인 증기기관차들이 들고날수 있도록 천장이 높고 유리돔을 씌운 건물외형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이 역을 파리명소인 근대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했다. 『옛것과 새것을 조화롭게 결합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특히 중요한 점은 바로 여행자를 관람객으로 변신시켜야 한다는 거였죠.』 아우렌티여사는 기차가 정차했던 중앙공간 내부에 설치된 장식적인 문양판을 그대로 살리면서 여러개의 격리된 공간을 꾸미고 6개의 철로가 설치돼있던 거대한 볼트형 공간에는 강렬하고 힘찬 느낌의 차단막을 설치해 중앙공간을 확보하면서 전체적인 근대성을 담아냈다.
한때 지스카르 데스탱정부의 자랑이었던 퐁피두센터에 현대미술관을 만드는 개축공사는 아우렌티여사가 오르세미술관 개축이후 스스로 제안한 일로서 그녀의 명성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일찍이 미술관으로 지어졌던 퐁피두센터건물 개축에서 아우렌티여사는 「뮤지오 그라피아」라는 새로운 미술관 전시디자인개념을 적용시켜 세계 건축계를 놀라게 했다.
『퐁피두센터는 마티스부터 시작해 1970년대 작품까지 소장돼있습니다.뮤지오 그라피아는 미술관 설계단계에서 전시품들의 연대와 설치방법및 조건등을 미술관 큐레이터들과 협의하면서 하나하나의 성격을 부각시키는 작업입니다.』아우렌티여사의 재건 축디자인은 특정한 스테레오타입을 고수하기보다 기존 건물의 성격을 최대한 살리는 경제적인 방식으로 「시적인 공간」을 연출하는게 특징이다. 최근들어 유럽에서 역사성을 가진 기존 건물의 미술관개축작업이 늘면서 아우렌티여사는 1929년 바르셀로나에 지어진 팔라우 나치오날을 개조하는 국립 카탈루냐미술관 개축 작업과 이스탄불의 모자공장에 이스탄불시립미술관을 세우는 일을 현재 맡아서진행중이다.
『미술관을 신축하든,개축하든 어느쪽이나 어렵고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는 아우렌티여사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신축공모이야기를 이미들었다며 舊총독부건물의 해체에 관해서는 『한국사람들의 감정적인문제는 이탈리아사람에게 물어볼 일이 아니다』고 답했다.
밀라노건축공대를 졸업한 아우렌티여사는 젊은시절 한때 라 스칼라좌의 무대미술을 맡기도 했는데 80년 이탈리아 최고무대디자인상을 수상했다.
건축부문에서는 오르세미술관개축으로 프랑스대통령으로부터 「명예기사상」을 수상하고 89년 이탈리아 문화특별상등을 수상했다.
〈尹哲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