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묘사 너무 부정적-최근 TV드라마 내용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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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TV드라마에서 신세대 묘사가 너무 부정적인 면만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의 소리가 높다.
주로 대학생 배역으로 등장하는 신세대들은 하나같이 소비지향적이고 이기적이며 버릇없는 이들로 그려지고 있다.또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기고 결혼은 현실을 따라야 한다고 서슴없이 주장한다.
때로는 이런 점들이 그들 사이에서 솔직함과 당당함으로 포장돼미덕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SBS-TV『일과 사랑』의 나현희.남지헌,MBC-TV『엄마의바다』의 고소영.이창훈,KBS-2TV『사랑 그리고 이별』의 변소정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엄마의 바다』에서 경서역의 고소영은 기업체 사장이던 아버지의 사망으로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된 집안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부를 동경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래서 결혼도 사귀던 여러명의 남자친구를 차버리고 부잣집 아들인 상규(이창훈)와 한다.그리고 남편에게『내가 당신과 결혼한것은 당신이 부잣집 아들인 점이 결정적이었다』고「당당하게」밝힌다.뿐만 아니라 언니에게「얘는」이라는 호칭을 주 저없이 쓰기도한다. 『일과 사랑』에서 대학 4년생인 은영(나현희)도 스쿠프를 타고 다니는 준영(남지헌)과 어울려 다니며 미국식 당구를 치고 술마시고 춤추며 대학생활을 허송세월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사랑 그리고 이별』의 지원(변소정)도 남자친구를 자동차와 마찬가지의 필요조건으로 생각하는 대학 3년생으로 연애 따로 결혼 따로의 사고방식을 당당하게 얘기한다.
이에대해 당사자인 대학생들은 이들 드라마가 상당부분 신세대의특징적 경향들을 반영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경향이 강조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또 이같은 부정적 신세대 묘사가 주로 여대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연세대 4학년 박원영씨(25)는『자기 주장이 강하다거나 자유분방한 연애관이 그 자체로 단점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신세대의 긍정적 경향도 그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려대 2학년인 정윤봉씨(21)도『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신세대는 전혀 대표성이 없는 인물들로 기성세대의 편견속에 그려진신세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학가에서는 최근 드라마의 부정적인 신세대 묘사와 관련,「고소영 족」이라는 신종유행어도 생겨났다.
이말은『엄마의 바다』의 고소영처럼 가난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부를 동경하며 결혼을 통해 이를 성취하려는 부류를가리키는 말.대학생들은 이 말속에는 고소영과 같은 인물에 대한비아냥이 담겨 있지만 TV드라마속의 부정적인 신세대 묘사에 대한 불만도 포함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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