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민주,명패옆에 “개방반대” 쪽지/김 대통령 연설 야 불참 해프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대통령직 걸겠다” 선언확인 요구/민주/“최소한의 예의도 없다” 민주 성토/민자
김영삼대통령의 방미결과에 대한 국회 보고가 야당 의원들이 일부 불참한 가운데 파행으로 진행됐다. 보고가 시작된 오전 10시 야당 의원들은 쌀개방 문제에 대한 해명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전원 불참했다가 15분쯤 뒤에야 이기택대표의 설득으로 일부는 뒤늦게 참석하고 일부는 아예 불참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러한 야당의 반응은 앞으로 정국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원 회의에 이어 열린 민주당 의원간담회는 본회의 참석여부를 두고 일부 의원들의 이의제기로 토론을 벌이다 김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된지 10여분만에 절반가량만 본회의에 참석해 파란.
의원들은 이길재의원이 나눠준 「쌀개방 반대」라는 소형쪽지를 들고 쌀개방 저지의지를 과시했으며 이 대표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40여명의 의원들은 본회의에 불참.
최낙도의원은 『본회의에 일단 들어가되 대통령직을 걸고라도 쌀개방을 막겠다는 김 대통령의 발언을 확인하는 절차가 없다면 전원 퇴장해야 한다』고 단호한 대응을 촉구.
또 조세형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회의 결과를 설명하며 『집단행동은 여야가 경쟁을 벌인다는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말고 개인의사에 맡기자』고 제안.
이어 이길재의원은 『이 대표가 김 대통령을 만나고 온 결과를 듣기전까지는 여기서 일어서지 말자』고 말하고 들고 나온 「쌀개방 반대」 쪽지를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달.
의원간담회에서 갑론을박하는 사이에 김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되었다는 전언이 들어와 간담회장은 소란해졌으며 연설이 시작된지 7분여만에 이 대표가 입장해 김 대통령과의 면담결과를 설명.
○…민주당은 29일 대통령 국회연설 참석여부를 논의키 위해 최고위원 회의를 열어 참석키로 최종 결론을 냈으나 이어 열린 의원간담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연설내용에 「쌀개방 불가」 선언이 없는 점을 들어 「불참」쪽의 강경론을 제기.
결국 대표 등 44명의 의원만 늑장 참석하는 사태가 발생.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한광옥 최고위원은 『이미 총무를 통해서 대통령 국회연설을 우리측에 타진해왔을 때 듣기로 했다. 일단 연설을 듣고 바로 후속조치로 본회의를 소집해 쌀개방 대책을 추궁하자』고 제안.
논란끝에 결국 정대철 상임고문이 『대통령에게 쌀시장 개방반대의 구두발언을 요구한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불참하자』는 대안을 제시.
이 대표는 『책임있는 야당으로 이미 약속한 연설 참석을 거부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 내가 연설직전 의장실에서 대통령에게 구두발언을 요구하겠다. 그 결과에 따라 총무가 현장에서 적절한 대책을 세우도록 하자』고 참석쪽으로 결론을 유도.
○…김 대통령은 오전 10시2분쯤 이만섭 국회의장이 본회의 개회선언을 한 직후 미리 회의장에 참석해 있던 민자·국민·새한당 및 무소속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입장.
김 대통령은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상태를 의식한듯 상당히 굳은 표정으로 연설을 시작.
민주당 의원들은 오전 10시15분쯤 이기택대표를 비롯한 44명이 입장해 연설을 경청했으며 홍영기·김병오·양문희의원 등 3명은 「쌀개방 반대」라고 쓰여진 모조지를 들고와 명패처럼 세워놓는 등 시위조.
민주당 최고위원 8명 가운데 이날 회의장에 참석한 사람은 유준상·권노갑·이부영 최고위원 등 3명뿐이었고 당 3역중에는 김태식총무가 불참.
김 대통령은 연설도중 모두 18차례 박수를 받아 박수 한번 없었던 지난번 국정연설 때와는 대조를 보였는데 이날 박수는 민자당 총무단이 주도.
반면 회의장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은 1∼2명을 제외하고는 박수를 치지 않았다.
김 대통령은 약 25분간에 걸친 연설을 끝내고 이 의장·황인성 국무총리·민자당 의원들과 악수를 교환한뒤 민주당 의석쪽으로 가서 최두환·장재식·김충현·박은태의원 등 4명과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악수한뒤 퇴장.
한편 민자당 의석에서는 이날 오전 10시 정각 이 의장이 입장할 때까지 민주당 의원들이 입장하지 않자 술렁거림이 일었으며 황명수 사무총장과 김영구 원내총무가 귀엣말을 주고 받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
민주당은 이날 김 대통령 연설이 끝난뒤 김종필대표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민주당을 성토했다.
강재섭대변인은 『어느 나라 하늘 아래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고 개탄하고 『민주당의 태도는 최소한의 예의도 저버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