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전철 헬기엔진 제2이통/「별들의 전쟁」 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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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래 유망산업… 기업마다 “양보 못한다”/신정부이후 공개적 경쟁 노골화
고속철도사업과 관련한 현대와 대우의 「지상전」,헬기엔진 조립업체변경에 따른 삼성과 한진의 「공중전」,이동통신사업자 선정방식 발표를 앞두고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는 7대그룹들의 「수중전」….
최근들어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간에 사운을 건 「별들의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경쟁의 수준도 법정문제로까지 비화되는 등 심각한 양상이다.
고속철도·항공산업·이동통신 등은 하나같이 유망한 미래산업이고 엄청난 시장규모를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한치의 주도권도 양보할 수 없는 분위기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 같으면 뒤에서 경쟁을 벌이다 실패하면 단념하고 말았으나 신정부 출범이후엔 정책결정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여론의 영향도 커지고 있는 현상도 가세한다.
기업들이 문제사안마다 공개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경쟁이 새삼스레 부각되는 원인중의 하나다.
최근 경부고속철도사업의 우선 협상대상자인 프랑스 GEC 알스톰사가 현대·대우·한진으로 구성된 국내 컨소시엄중 현대정공을 주제작사로 발표하면서 빚어진 갈등은 대우측이 24일 서울민사지법에 알스톰사를 상대로 한 협상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현재 대우측은 『알스톰사측이 지난해 12월 우리와 독점적인 기술이전계약까지 하고도 이제와서,부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소송과 함께 공개적인 대응으로 현대와 알스톰사간의 밀착의혹에 여론이 집중되도록 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반면 알스톰사와 현대측은 『능력평가에서 현대가 적합했기 때문이며 대우가 계속해서 공방을 해올 경우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맞대응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 국방부가 2단계 블랙호크 헬기의 엔진조립업체를 삼성항공으로 선정하면서 빚어진 대한항공­삼성항공간의 갈등도 관심의 대상이다.
1단계 사업때 엔진조립을 맡았던 대한항공측은 현재 국방부에 공개적으로 재검토를 요청해놓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와 삼성항공측은 『블랙호크 헬기의 엔진생산은 삼성이 하고 조립은 대한항공이 해온 1단계 때의 방식은 2원화로 인해 비효율적인 것은 물론 국산화율이 떨어지는 요인이 되며 이는 감사원의 지적사항이기도 하다』며 대한항공측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음달 사업자 선정방식 발표가 예정돼 있는 제2이동통신문제도 현재 참여 대기업간에 치열한 정보수집,로비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발표후에도 끊임없이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불씨가 될 전망이다.<이효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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