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시나리오(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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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94년 5월 통일을 외치는 학생시위로 전국이 소란해진다. 화염병·수제수류탄·곤봉으로 중무장한 수만명의 시위대는 마침내 6월14일 휴전선 남한경계선 10㎞ 앞까지 진출해 군경과 대치한다. 긴박한 사태에서 군경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고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6월18일 북한인민군에 총동원령이 내려지고 동시에 한국군에도 총동원령이 하달된다.
94년 7월14일 북한의 총공격이 개시된다. 북한 공군은 주로 남한의 공군기지와 방공시설에 공습을 감행하나 미그­29기보다 성능이 우수한 F­16기에 의해 북한 공군은 치명적 손실을 입는다. 예상을 깨고 산악지대인 동부전선을 공략한 북한 육군부대는 초기 기습작전으로 속초까지 남하하나 미 7함대와 한·미·일의 신속한 대응전략으로 괴멸된다.
한국군의 반격전은 8월3일을 기해 휴전선 북쪽에 대한 대규모 공격으로 바뀌고 지상군도 12일에는 개성 북쪽 15㎞를 넘는다. 이 전쟁의 실패로 김일성·김정일체제가 무너지고 95년 12월1일 북한이 남한에 흡수통일된다. 지난 여름 미국의 저명한 군사이론가인 트레보 듀푸이씨가 출간한 책 『미래의 전쟁들』의 한국전쟁 시나리오는 이렇게 전개된다.
반면에 우리측의 패전을 예상하는 전쟁시나리오도 있다. 뉴스위크지 최근호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하면 북한은 지상전에서 승리할 것이며 전쟁개시 1∼2주안에 서울이 함락될 것이라고 미국 국방부의 비밀정보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시나리오란 문자 그대로 「가상의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군사·국제적 상황과 미래의 예측가능한 정세변화를 상정해 대입시켰다는 점에서 단순한 공상과는 다른 것이다. 정책시나리오는 심심해서 해보는 어린아이들의 장난은 아니다. 더구나 개인도 아닌 미 국방부의 시나리오는 무시할 수 없는 나름대로의 근거를 지니고 있다고 봐야 한다.
가상전 결과 전쟁에서의 패배가 예상된다면 그 요인을 면밀히 점검·분석하고 사전에 철저히 보완해 승리를 자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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