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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한한 서부영화 비디오 출시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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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3면

서부극은 미국영화의 여러 장르중에서도 가장 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이미 20년대에 장르로서의 틀을 어느 정도 갖추었던 서부극은 할리우드 전성기를 통틀어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해온 장르였다. 70년대 이후 쇠퇴한듯 보였던 서부극은 최근 들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용서받지 못한 자』,반 피블스의『파시』등이 등장하면서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로런스 캐스던등 여러 감독들이 자신들의 신작을 서부극으로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서부극의 이 질긴 인기는 무엇보다 여타 장르에 비해 월등한 영화적 쾌감을 준다는 사실에 기인한다.드넓은 평원과 황량한 황무지의 대비,말을 탄 서부사나이들의 박진감 넘치는 움직임,결말을 장식하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총격전등 다른 영 화 장르에서는 보기 어려운 시각적인 쾌감을 준다.
또한 서부극은 이민사회인 미국사회에서 일종의 이데올로기적 통합기능을 해왔다.공통의 문화적 뿌리를 갖지못한 미국인들을 하나로 묶어내기 위해서는 미국의 역사가 문화.정의가 확산되는 과정이라는 신화가 필요했고 서부극은 이러한 신화를 가 장 충실하게유포하는 장르였다.
국내에서는 존 포드의『역마차』같은 고전주의적 서부극들은 출시된 작품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그러나 최근 서부극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몇편의 비디오영화가 출시돼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50년대 이후 작품중에서 추천할만한 작품은 프레드 진네만의『하이 눈』(문화프로)이다.게리 쿠퍼가 주연을 맡아 마을사람들이모두 외면하는 가운데 단신으로 악당들과 맞서는 보안관역을 열연한 이 영화는 영화의 상영시간과 극중의 시간이 일치한다는 독특한 형식으로도 유명하다.
서부극의 숨겨진 걸작으로는 니콜라스 레이의『자니 기타』(문화프로)가 손꼽을 만하다.철도가 들어서는 서부의 신흥도시를 무대로 한 여인이 마을사람들의 편견과 불신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여자를 과감하게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으로 유명한 이 영화는 정통파 서부극과는 궤를 달리하는 독특한 무드가 빛난다.
미국사에 대한 반성을 촉구한 이른바 수정주의 서부극의 계보에속하는 작품중에서는 아서 펜 감독의『작은 거인』(우일)이 볼만하다. 인디언과 백인사회를 오가며 살았던 한 사나이의 회고를 통해 인디언들의 수난에 가득찬 삶이 그려지는 이 영화는 미국사회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인디언들이 피를 흘렸던가를보여준다.
최근 출시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용서받지 못한 자』(SKC)는「변종」서부극인 마카로니 웨스턴의 스타였던 이스트우드가 영화작가로서도 비범한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보여준 걸작이다.
왕년의 무법자가 생활고에 못이겨 다시 총을 잡고 악덕보안관을죽이게 되는 내용의 이 영화는 고전적 품격이 느껴지는 영화로,폭력이 아니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없는 병든 미국사회에대한 비유로도 이해될만한 깊이를 가지고 있다.
〈林載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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