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대화로 해결” 의견일치/한·중 정상회담이 남긴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중국,묘한 입장서 「비핵화」 재확인/경협엔 거의 공감… 동반자 “청신호”
김영삼대통령과 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간에 19일 미 시애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북한 핵문제에 원칙적인 의견접근을 봄으로써 이 문제의 해결에 긍정적인 환경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두 정상은 금년봄 한달사이로 나란히 취임한후 처음으로 직접대면을 함으로써 상대의 의중을 확인하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
45분동안 진행된 이 회담에서 김 대통령은 『북한의 핵개발은 일본의 핵무장을 촉발시키는 등 중국에도 결코 유리할게 없다』며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전제로 대북 식량지원 등 경협을 할 용의가 있으며 북한을 흡수통일할 의시가 없음을 밝혔다. 김 대통령은 특히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한과 가까운 중국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강 주석은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확고한 신념으로 지지한다』고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한반도 문제가 안정이란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북한 핵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표현상 중국의 입장이 달라진 것은 없으나 이 미묘한 시기에 국가주석이 이를 확인한 것은 주목할 부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북한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중국이 이 시점에서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강조한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지적이다.
중국과의 회담에서 김 대통령이 미­북한 접촉에 「이의」를 제기한 것도 흥미롭다. 김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과 얘기하면 다 해결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며 북한의 「착각」을 지적했는데 이는 비단 북한만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이 배제된듯한 가운데 나오는 일괄타결설 등에 대한 불만과 함께 미국측에 대한 완곡한 경고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강 주석과의 회담이 상호 이해속에 원만히 풀려가자 인권문제와 무역역조문제로 최근 원만치 못한 미­중국 관계개선을 위해 자신이 중재를 하겠다는 이색적인 제의를 했다. 강 주석은 미­중국관계가 지난 4년여 원만치 못했음을 솔직히 시인하면서 김 대통령의 주선노력에 사의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는 하나의 새로운 외교적 제안으로 한중 양국이 경협 등 양국관계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상호협력이 본격화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한­중­일 동북아 3개국의 협력증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는 경제에 관한한 양국의 견해가 거의 일치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두 정상은 한중관계가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발전된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의 성과로 앞으로 양국간 통상 및 경협의 증대와 자동차·항공기 등의 산업분야 등에서 동반자적 협력관계까지 예상되고 있다.
미 하원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비준도 양국간 대화분위기 조성에 일조했다는 시각도 있다. 대미 수출에 목을 걸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북미지역이 블록화함으로써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절박감에서 인접국인 한국 등과 새로운 차원의 협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구체화될지는 미지수지만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양국관계 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는게 일치된 전망이다. 양국 관계자들은 내년초로 예상되는 강 주석의 방한과 김 대통령의 중국 답방에서 양국관계가 상당한 변화를 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어 연속으로 폴 키팅 호주 총리,장 크레티앙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핵에 대한 아시아­태평양지역국가들의 협조를 구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국제적 압력을 조성하는데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시애틀=김현일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