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목 다지나 입지 다지나/JP,김재순씨등 잇단 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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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0년봄」·대통령후보 경선때 서먹함 풀어/측근 “여 지지층 넓히기”
김종필 민자당 대표가 구 여권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들어 그가 당 안팎의 보폭을 눈에 띄게 넓혀왔고 이는 향후 그의 정치적 입지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난 2일 채문식·김재순·박준규(불참) 전 국회의장,윤길중 전 민정당 대표 등을 시내 한 스파게티집으로 초청,오찬을 함께 했다. 채·윤 전 의원은 지난해 민자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이종찬후보를 지지했고 김 전 의장은 새정부 출범후 재산공개 파문으로 의사당을 떠났다. 이들은 어떻든 신정부 출범후 소외당한 구여 원로들이다. 김 대표는 이들 소외원로들을 다독거리기 위해 이 모임을 극비리에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와 방한중이던 후쿠다 전 일본 수상과의 약속 때문에 모임이 하루 순연되어 참석을 약속했던 박준규 전 국회의장은 불참했다. 이 모임에는 민자당의 권익현·구자춘의원이 배석했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서로가 정치얘기를 피했다며 오간 얘기를 밝히길 꺼리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이는 새정부를 향해 매우 가시돋친 이야기를 내뱉기도 해서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당신들이 정치를 잘 해야 나라가 잘될 것』이라는 충고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대표는 또 지난 12일 낮 서울시내 한 양식집에서 최규하 전 대통령,신현확 전 국무총리와 오찬을 함께 했다. 80년 서울의 봄 당시 여권의 3주역이 오랜만에 얼굴을 맞댄 것이다. 남덕우 전 총리도 이날 초청됐으나 세미나 참석차 중국에 가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80년 봄 서로 엇갈린 정치적 입장탓인지 김 대표 등 이들 3인의 만남은 다소 어색한 분위기속에 시작됐다. 김 대표로서는 아직도 서울의 봄 당시의 좌절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 전 대통령과 신 전 총리는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었고 김 대표는 공화당 총재로서 김영삼·김대중씨 등과 함께 대권을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신군부의 등장으로 이같은 그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참석자들은 서로가 종종 만날 것을 약속하며 2시간동안의 모임을 끝냈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과거 정치를 함께 하던 사람들을 만나 김영삼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 등을 전하는 것이 집권당 대표로서의 당연한 책임 아니냐』며 『이를 통해 여당의 지지층을 넓히려는 것일뿐 다른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모임의 의미를 축소했다.<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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