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균 어린이 30% 감염-소아과학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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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헬리코박터균이 계속 말썽을 빚고있다.
지난 83년 한 호주인 의사에 의해 발견된 이 세균은 보통세균이 생존불가능할 정도로 강산성(pH 2 정도)인 위장안에서도거뜬히 살아남는다.이는 균 스스로 알칼리성 암모니아구름을 형성하는 효소를 지니고있어 주위의 위산을 중화시키기 때문.
그러나 이것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이 세균이 재발성 위.십이지장궤양은 물론 위암의 중요한 발병원인으로 밝혀지면서부터다.
EC의 재정지원하에 영국.미국.일본등 각국 消化器학자들로 구성된 유러개스트팀이 중국등 13개국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역학조사에 따르면 전체위암의 60%가 이 세균과 관련된다는 것이며헬리코박터균이 위암의 중요원인이라는 것은 이미 의학계의 정설로인정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문제는 남녀 공히 위암이 1위인 우리나라에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매우 높다는 것으로 55세이상 성인의 경우 미국이 30%정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거의 1백%에 가깝다는 것.
또 최근 열린 소아과학회에서 서울大의대 徐廷琪교수(소아과)는우리나라 14~15세 아동의 31%가 이 균에 감염돼있다고 발표해 우리나라에서의 높은 감염률이 이미 어린이때부터 비롯됨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전염경로와 발병기전은 명확하지 않은데 다만 徐교수는 『이 균이 위생상태가 나쁜 후진국에 많다』며 『우리나라에선 특히숟가락을 섞어가며 국을 같이 먹는 식습관이 주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염여부의 확인은 간단한 피검사로도 알 수 있다.문제는 치료라는 것.
물론 이 균에 감염된다고해서 곧바로 위암등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감염자는 비감염자에 비해 몇배나 높은 발병확률을감수해야한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나라 성인의 경우처럼 감염자가 오히려 정상일 정도로 감염률이 높은 상황에선 과연 어디까지가 치료대상인가.
徐교수는 『헬리코박터치료의 난점은 아직 손쉽고 확실하게 완치할 수 있는 약제가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과 설령 치료됐더라도 워낙 감염률이 높아 다시 재감염될 소지가 많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감염자가 다 치료대상이 될 순 없으나 재발성궤양이나 비궤양성 소화장애등 현재 위장증상이 있는 사람은 감염여부를 확인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洪慧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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