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韓日경협-양국 개혁정부 정책화답 최근들어 청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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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金泳三정부의 對日정책기조 변화와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日本총리의 訪韓을 계기로 최근 몇년간 냉랭했던 양국간 경제협력관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찾을수 있을것인가.한마디로 지난 몇년간韓日간 경제협력관계는 낙제점이었다.한국의 對日 수출은 4년째 줄어왔고 수입을 포함한 교역규모도 91년 3백34억달러에서 92년에는 3백10억달러로 감소했다.
60년대이래 日本은 우리나라에 대한 제1의 투자및 기술제공국가였으나 89년이후 급속한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일본의 對韓투자는 88년 국내 외국인 투자중 54%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그 비중이 17%에 불과했다.
일본으로부터의 기술도입도 88년에는 3백54건으로 전체의 47%였으나 지난해에는 2백32건으로 비중이 44%로 줄었다.
이는 89년이후 한국의 임금상승등으로 일본이 분업상대로서 한국에 대한 매력을 잃은 탓도 있고 까다로운 일본시장을 파고들지못하는 우리 상품의 경쟁력도 한몫했다.양국관계는 그러나 최근 들어 의미있는 변화를 보이고있다.
양국에 각각 개혁을 표방하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협력 문제에 대해 서로 종래보다 성의있는 표현들을 쓰고있다.
이어 경제기획원과 상공자원부는 지난7월 對日 무역역조개선대책을 발표하면서 對日 경제관계를 과거와 같이 감정이나 정치적 논리 아닌 경제논리에 의해 풀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對日역조개선을 과거처럼 수입억제를 통해 추구하지않고 對日수출촉진으로 해결하겠다고 궤도수정을 했으며 특히 양국간 무역불균형이 있게 된 상당한 원인이 우리측의 구조적 문제에도 있음을처음으로 공식인정했다.
이같은 우리측의 자세전환에 대한 일본의 반응은 8월말에 있었던 韓日 통상장관회담에서 나타났다.이 회담에서 일본측은 서면합의를 회피하던 종래와 달리 공동서명 발표문에 합의했고 한국의 정책전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본의 구마가이 히로시(熊谷 弘)통산상은 발표문에서『양국관계를 경제논리로 풀고 한국이 對日 수입제한이 아닌 수출 확대로 역조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며『기술협력과 일본시장 진출지원등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양국 통상장관은 또 韓日간 무역및 투자가 축소되는데 우려를 나타내고 양국 무역의「확대균형」을 위해 노력한다는데 인식의 일치를 보였다.
상공자원부 李秉鎬 亞洲통상과장은『종래 일본측이 기술이전등 문제에서 시장원리에 따라 해결될 일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에 비해보면 전향적』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지금까지는 對日역조를 우리만의 노력으로 개선하려는「노력」때문에 마찰이 생겼으나 이제는 일본의 협조를 받아가며 무역균형화를 시도하게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양국 민간경제인들의 韓日경제인포럼이 지난2일채택한 經協보고서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됐다.
일본 재계는 포럼보고서에서 한국측 對日역조의 원인이 일본의 관세.비관세장벽등 탓도 있음을 인정하고 자국의 시장개방과 기술이전,對韓투자증대를 서면약속했다.
따라서 지금부터의 과제는 양국간의 달라진 분위기를 활용해 이제까지 口頭禪에 그쳤던 협력관계 모색을 구체적으로 찾아나가는 일이다. 慶北大 沈承鎭교수는『對日무역역조의 원인이기도 한 기계.전자및 소재.부품분야에서 일본의 對韓투자를 이끌어내면서 기술을 소화해 일본과「수평분업」에 의한 산업협력을 이루어 共生관계로 가야한다』고 말한다.
또한 일본 새 정부가 수입확대를 통한 무역흑자문제 해결 방침을 발표한 상황이므로 우리의 對日 수출확대로 양국교역의 확대균형을 지향해야 한다.정부는 對日수출전문 5백개 중견기업을 집중육성해 나가고 일본내 마키팅과 유통시설설치를 적 극 지원한다는방침이다.
산업연구원 金都亨박사는『이를 위해서는 일본에도 시장원리 준수를 요청,신발.견직물등 우리의 수출주종인 16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고율관세부과및 각종 비관세장벽 철폐를 촉구해야하고 건설시장도 개방되게 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최근 반도체나 자동차에서 韓日기업간 대등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기술력이 뒷받침될 때만진정한 산업협력이 가능하다』며『기술향상에 대한 우리기업의 피나는 노력이 없으면 韓日經協은 기술종속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金 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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