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주력업종제도의 그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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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전 고촉통(吳作棟)총리를 수행해온 어느 은행가에게 싱가포르의 이자율은 얼마냐고 물었더니 1년만기예금이자율 2.5%에 인플레가 3.5%이니 실질 이자율은 마이너스 1%라고 설명했다.
얼마전 韓國을 다녀간 하버드大의 배로교수는 한국의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 이자율은 9%까지 되니 너무 높다고 말했다.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어느 기업인은 이자율이라도 낮추어 주면 투자도,국제경쟁력도 많이 높일 수 있는데 정부는 오히려 主力業種制를 하라고 하니 기업환경이 가뜩이나 어려운 판에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한국의 5대 그룹 2백7개社의 매출액은 작년에 1백23조원이었다.이는 日本 이토추상사 한개의 매출액보다 작은 규모다.이토추상사등 일본의 9대 종합상사는 모두 4천개가 넘는 관련회사를문어발처럼 거느리며 취급 품목도 2만5천개가 넘 는다.어느 유명한 경영학자는 선진국 대기업들의 중요한 경영전략은 業種다각화인데 우리는 반대로 업종전문화를 추진한다고 비판했다.
어느 일본인 경제전문가는 한국은 자원도 극빈하고, 가진 것이라고는 그야말로 대기업그룹 몇개 밖에 없는데 지구촌의 무한경쟁시대에서 툭하면 그룹을 해산하고, 업종도 다각화하면 문어발이라고 잘라야 된다고 하니 딱하다고 했다.
한국에서 首位를 다투는 어느 그룹의 매출액은 30대 그룹중 작은 것에 비해 무려 40배가 넘고, 박사학위 소지자도 4백명을 넘으며 오랜 국제경험을 쌓은 중역들의 수도 무수히 많다.구입 품목도 무려 53만개나 되며 해외에 직.간접으 로 투자한 업종도 수없이 많다.이런 그룹에 주력업종을 정부가 왜 강요하며또한 3개로 제한하는가.
왜 3字에 그렇게 집착하는가.
얼마전 포천誌에 따르면 三星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성장그룹이며, 現代중공업은 그 업종에서 이미 세계 제일의 기업이되었다고 한다.이 두 그룹은 하는 업종마다 이미 거의 다 세계수준에 올라있고 미달된 것도 곧 올라간다.다른 그룹들도 많은 제품을 이미 국제 수준에 올려놓고 있다.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제일의 고도성장국가이며 신생공업국의 선두주자로서 다른후진국에는 발전의 모델국가다.그런 평가를 받는 것은 결국 한국기업의 눈부신 성장 때문이다.
日本의 기업들은 1백년 이상 성장해 선진기업이 되었으나 한국기업들은 불과 수십년 사이에 그야말로 어려운 정치.사회 환경에서 갖은 역경을 극복하고 세계수준에 올랐는데도 왜 항상 문제만있다고 하는가.
산업을 신발.TV.자동차라고 할때는「수요기준산업」이고, 자동차에 사용되는 유리.철판.페인트등으로 분류할 때는「공급기준산업」이다.주력업종제의 기준이 되는 국제및 한국 표준산업 분류방식은 이 둘을 절충한 것으로 생명공학.환경산업.시스 팀산업.해양산업등「21세기형 산업」의 분류에는 적절하지 못하다.또한 각종산업은 앞으로 서로 네트워크化하며 세계가「국경없는 세계」가 되듯 점차「경계가 불분명한 산업」으로 되어간다.그런데도 옛날 기준으로 산업을 묶는것은 설득력이 없다 .
또 얼마전 미국 비즈니스 위크誌가 밝힌 바와 같이 세계 10대 산업은 금융.정보통신.보건의료.수송.에너지.마키팅.보험등 서비스산업이 많은데 주력업종제는 제조업,그중에도 상품수출에 치중하고 있다.상품의 제조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국제마키팅과 국제금융등 서비스산업이다.하버드大 찬들러교수의 말처럼 선진국이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이들 서비스산업도 세계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또한 많은 기업들이 업종에 구애받지 않고 해외투자를 많이 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종합 화의 경제」나「정보의 경제」의 중요성이 커지는 세상에서 전문화의 경제만 중시하는 것은 잘못이다.
나라 전체로 보면 한국의 산업은 사실 TV.VCR.자동차.반도체등 최종재산업에 이미 너무 편중 또는 전문화돼 있다.최종재를 생산하는 중간재산업은 취약해 고급기계장치등은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앞으로 올바른 산업정책의 방향은 모든 업 종의 산업이더 많이 발달하고 세계적 기업의 수도 계속 더 늘어나도록 하는것이다.그리하여 일본에서처럼 수많은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가운데 국제경쟁력도 높이고, 업종전문화도 스스로 잘 하도록만드는 것이다.
***중간재산업 너무 취약 산업 정책의 근본 목표는 국력을 더 키우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봉급을 주고, 학교를 졸업하는 젊은이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더많이 만들어주는 것이다.주력업종제나 대기업 규제가 목표일 수 없다.최근 엔 高현상으로 알 수 있듯 국제경쟁력 향상요인엔 환율은 물론 이자율.노임.땅값.사회간접자본.지도층과 국민의 의식상태등 수없이 많다.업종전문화만 잘 하면 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세계적 대기업들간의 무한경쟁 시대에서는 주력이든,비 주력이든 업종을 기업들이 스스로 알아서 정하도록 해야 하는것이다. 〈서울大 세계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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