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국우표전시회 대상 보람은행 정종현 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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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우표 수집은 단순한 수집에서 벗어나 이를 연구,정리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사회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취미입니다.』 전국 우표 수집가들의 축제며 만남의 場인 전국 우표전시회에서 大賞을 수상한 鄭棕鉉 보람은행 관리부장(47).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 발행일인 1884년 11월18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우표취미주간(13~19일)동안 세종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에서 아마추어 수집가 鄭씨는 한국 최초의 우편엽서를 공개.
또 舊한국,일제 강점기,해방 직후 희귀엽서 1백50여종의 사용 실례등을 연구.분석해 내놓음으로써 눈길을 모았다.
그가 내놓은 최초의 엽서는 1900년 5월11일 우리 우정국이 발행한 것으로 당시 우체고문이었던 프랑스인 클레망세(한국명吉孟世)가 서울에서 본국의 친지에게 보낸 것.
이 엽서에는 당일자 소인과 함께「오늘부터 유효한 액면 1전엽서를 발매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 이사실을 입증하고 있다.당시의 관보는 첫 발행일을 5월10일로 명기하고 있으나 鄭씨의 자료에 따르면 5월11일이어야 한다는 것.
그는 또 1900년초 일부 엽서에 고무도장으로 찍혀 있는「ULTRAMAR」가 「해외우편」이라는 의미의 용어임을 오랜 조사끝에 알아냈다.
우리나라에서 당시 스페인 소재 만국우편연합본부에 견본으로 보낸 엽서들에 찍힌 이 용어를 수집가들은 여태까지「見樣」(견본의의미)으로 알아왔던 것.이 단어는 현지에서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 古語.
국민학교때 교사였던 아버지의 권유로 우표 수집을 시작,40년동안 정성을 쏟아온 鄭씨는 1884년부터 현재까지 발행된 2천여종의 한국 우표와 1900년부터 발행한 한국엽서 2백여종을 모두 소지,한국 우편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처음엔 세계 각국의 우표까지 수집했으나 성인이 된 이후 우리나라것만 체계를 세워 모으기 시작했다는 것.수집량은 그 자신도헤아리기 힘들 정도.
그는 여러나라의 우표를 얻기 위해 해외 친구들과 펜팔을 했던일,60년대 초기 새로 나온 우표를 사려고 통금 해제 직후인 새벽부터 우체국 정문앞에서 기다렸던 일,국내외 우표수집상을 찾아다닌 기억등이 새롭다고 했다.
한국우편엽서회.初郵會등 동호인 모임을 통해 정보도 교환하고 소장 우표를 나누기도 한다는 그의 1남1녀도 아버지의 취미를 이어받아「우취인가족」이 된셈.
〈高惠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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